네팔 정부는 안전은 뒷전…무자격 가이드 득실

최근 네팔에서 히말라야 고봉 안나푸르나에 눈사태가 발생해 등반객 39명이 숨지고 19명 이상이 실종되자 허술한 히말라야 트레킹 안전 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 일간 신문 더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네팔 정부의 무능, 느슨한 관리 감독,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싸구려 트레킹 여행 상품 등이 이렇게 많은 사망자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일차적 원인은 대형 사이클론에 따른 눈사태라는 자연재해지만, 총체적인 안전 대책 미비로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다.

10월은 히말라야 등반 시즌으로 히말라야 산맥 고봉마다 트레킹을 하거나 등반을 하려는 세계 각국 사람들로 북적인다.

네팔 정부는 히말라야 입산 외국인에게 1인당 20달러씩 입산료를 징수하지만 몇명이나 입산했는지 믿을만한 통계가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로 몇 명이나 실종 상태인지도 정확하게 모른다.

네팔 정부는 눈사태가 일어난 지역에 입산한 사람이 120명이라고 밝혔지만 대피한 인원만 벌써 400명이 넘는다.

이번에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를 당했다가 간신히 살아난 영국 경찰관 폴 셰리던은 “네팔 트레킹 산업은 돈밖에 모른다”면서 “비양심적인 가이드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네팔 정부는 충분한 기상 정보 제공에도 인색했다.

히말라야 지역 기상 예보 전문가 마이클 페이진은 “갑작스러운 폭풍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라며 “10월에 그런 폭풍이 들이닥치는 건 이 지역에서 드문 일도 아니고 이미 다 예보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나기 거의 2주 전인 10월3일에 인도 기상청과 미국 해군 기상정보를 토대로 대형 폭풍이 곧 닥친다고 기상 정보를 받아보는 고객들에게 알렸다고 덧붙였다.

네팔 산악 관련 민간단체 마운틴트러스트 찰스 맬콤-브라운 회장 역시 이번 재난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네팔은 정말 허술한 나라”라면서 “사회 기반 시설과 교육, 소통 등은 딴 나라 얘기”라고 혀를 찼다.

상당수 외국인은 가이드나 적절한 장비, 또는 비상 상황에 대처할 전문 지식 없이 트레킹에 나서는 것도 대형 인명 사고의 원인이다.

네팔트레킹협회 케샤브 판데이는 “많은 관광객이 가이드도 없이 트레킹에 나설뿐더러 설사 가이드를 고용한다 해도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고 전문 지식도 없는 청년을 길거리에서 골라 데려가곤 한다”고 지적했다.

네팔에서는 트레킹 가이드 자격에 관한 법규가 미비해 영어만 조금 할 줄 알면 트레킹 가이드로 나서곤 한다.

네팔 정부는 뒤늦게 히말라야 트레킹 안전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모한 크리슈나 삽코타 네팔 관광장관은 20일 히말라야 트레킹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약속했다.

네팔 정부는 폭풍우 조기 경보 체계를 만들고 비상 대피소 수백개를 신설하는가 하면 트레킹을 할 때 면허를 지닌 정식 가이드를 고용하도록 강제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네팔 관광위원회 샤라드 프라드한 대변인은 AFP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한테 경각심을 줬다”며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려는 사람들도 이번 기회에 해발 4000m가 넘는 험준한 산악 지역에서는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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