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시대,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자
(6)‘교육에서 취업까지’ 장애인 취업센터 영국 렘플로이

▲ 영국 런던 노스 로드에 있는 렘플로이(Remploy)는 영국 정부 주도로 설립된 장애인 취업지원을 위한 사회적기업이다. 직원들이 장애인 취업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영국 런던 노스 로드에 있는 렘플로이(Remploy) 사무소.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의류업체 유니클로, 유통업체 테스코,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 등 다양한 업체들의 구인광고들로 가득하다.

이 곳은 장애인들의 취업과 교육·사후관리까지 지속 가능한 고용 촉진을 위해 영국 정부 주도로 설립된 장애인 취업지원을 위한 사회적기업이다. 언뜻 보기에는 맞춤형 직업 소개소 같아 보이지만 이 곳에서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는 무료로 진행된다. 일자리 제공은 물론 끊임없는 사후 관리로 고용이 유지되도록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

2차 대전후 상이군인 위해 시작
정부 주도 설립된 사회적기업
2500여개 업체 1만여명 지원
철저한 사후관리 프로그램으로
장애인 직업유지 비율 80%
내년 3월 정부조직서 분리

◇철저한 고용지원 시스템 고용률 높여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매튜씨는 5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힘겨운 노력 끝에 휠체어를 이용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게 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일자리였다.

예전 직장은 그만둘 수 밖에 없었고 새로운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내는 남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까지 부양하느라 나날이 주름살이 깊어졌다. 이때 렘플로이는 그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줬다. 그는 이곳을 통해 작은 기업에 취업해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다. 

▲ 렘플로이(Remploy)는 영국 정부 주도로 설립된 장애인 취업지원을 위한 사회적기업이다.

매튜씨 같은 장애인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주는 렘플로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문을 열었다. 영국 정부가 전쟁 중 부상을 입은 상이군인들의 일자리를 위해 공장을 돌리고 취업을 알선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지금은 취업대상이 상인군인에서 영국내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됐다.

렘플로이는 장애인 취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50여곳에 달하던 직영 작업공장을 모두 매각하고 오직 장애인 일자리 소개와 교육에만 전념하고 있다.

렘플로이는 현재 영국의 대표 유통업체인 세인스버리(Sainsbury)와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 호텔과 세탁 회사 등 2500여개 업체에 총 1만여명의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줬다.

렘플로이를 통해 채용된 장애인의 직업 유지 비율은 약 80%에 달하는데 이처럼 높은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고용 이후의 철저한 관리 프로그램 때문이다.

영국 전역에는 60여개의 렘플로이 지부에서 어드바이저(Advisor)들이 장애인 구직자 8~10명으로 구성된 ‘Job action group’ 활동을 갖고, 매주 적성을 평가하고 고용 장애인마다 어떤 특성과 강점이 있는지 세부적으로 분석한다.

각 그룹 활동은 직장에 적응하지 못한 장애인이 다른 직장을 구할 때까지 계속 진행하며, 결국 기업체 고용주와 고용 장애인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슈밥 유잼 렘플로이 지부 매니저는 “각 지부의 어드바이저들은 장애인들이 일하는 회사에 찾아가 근무여건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등 회사와 장애인 근로자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채용을 꺼릴 경우에는 ‘고용후 판단을 결정’하라고 설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생력 갖추고 정부기관에서 분리

정부 산하 공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렘플로이는 내년 3월부터 정부에서 완전 분리된다.

영국 노동연금부는 렘플로이가 사회적기업으로의 자생력을 갖췄다고 판단, 매년 4000만파운드(한화 약 681억8000만원)의 지원금을 단계적으로 줄인 뒤 3년 뒤에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다.

슈밥 유잼 지부 매니저는 “렘플로이가 매년 4000만파운드의 정부 지원을 받지만 장애인 고용을 통해 아낀 복지 예산은 9700만파운드(한화 약 1653억3000만원)에 달한다”며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면 보다 자유롭고 융통성 있게 장애인을 도울 수 있어 렘플로이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렘플로이는 이를 위해 보다 능동적으로 장애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주에게는 장애인 편견 해소와 채용 독려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또 렘플로이를 통해 취업한 장애인들은 ‘사후 멘토 관리제’로 장애인과 기업 모두 ‘윈-윈’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슈밥 유잼 지부 매니저는 “렘플로이의 성공에는 장애인에 대한 기업 문화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점도 작용한다”며 “많은 기업들이 과거와는 달리 장애인 고용을 꺼려하지 않는데 장애인들이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인력을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고 말했다.

글·사진=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인터뷰]“장애 종류·성격에 알맞은 직장 찾아 매칭”
톰 힉스 렘플로이 정책 담당관

“장애여부는 개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할 때 특별히 기록하지 않아도 되고, 기업에서도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이를 문제 삼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률이 높습니다.” 

 

톰 힉스(사진) 렘플로이 정책 담당관은 취업을 원하는 장애인의 장애 종류와 성격, 경력에 알맞은 직장을 찾아서 ‘매칭’시켜 주는 역할의 ‘어드바이저’(Advisor)를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그는 “영국에는 기업들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렘플로이에서 소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이기 대문에 기업에서도 구체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편이다”고 말했다.

렘플로이가 철저한 취업교육으로 기업에 소개하는 사람인 만큼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는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장애인과 기업이 모두 불편함이 없도록 사후관리도 철저히 한다는 자부심도 나타냈다.

톰 힉스 담당관은 “어드바이저는 장애인이 일을 하다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직장에 찾아가 부서 이동을 제안하는 등 직장과 장애인 근로자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며 “렘플로이에서 소개한 장애인 근로자가 6개월 이상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비율이 80% 선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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