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파업권 얻었지만 사측 경영 정상화 고려

교섭 우선 재개한 뒤 파업돌입 여부 결정

▲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정병모)가 22일 울산 본사 체육관에서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결렬 후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파업 채비를 마쳤다.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얻었지만 최근 사측이 임원 감축 등 경영 정상화에 나선데다 사측 교섭위원도 일부 교체된 점 등을 고려해 중단했던 교섭을 재개한 뒤 파업돌입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22일 오후 5시까지 한달간 진행한 쟁의행위 돌입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1만7906명)의 과반수 이상인 55.9%(1만11명)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고 22일 밝혔다.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한 것은 지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가결됐지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노조는 당초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사측의 투표 부당 개입 등을 주장하며 투표 일정을 무기한 연장하고 40차를 끝으로 교섭을 무기한 중단한 바 있다.

노조는 파업이 가결됐지만 최근 사측이 임원 31%를 감축하는 등 고강도 개혁 작업에 들어간데다 사측의 교섭위원 10명 중 6명이 교체되는 등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교섭을 우선 재개하기로 했다.

41차 교섭은 오는 24일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다. 사측 위원의 과반수 이상이 교체됐지만 별도의 상견례 없이 핵심쟁점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조가 무기한 교섭 중단을 선언한 이후 사측이 수차례에 걸려 교섭 재개를 요구해 협상 재개가 이뤄진데다 노조가 실제 파업을 돌입하기에 부담이 따르는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교섭에서는 협상이 일부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개된 협상에서도 이전과 같이 성과 없이 전개된다면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1995년을 마지막으로 19년째 무파업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올해 노사 교섭에서 기본급 대비 6.51%인 임금 13만2013원 인상, 성과금 250% 이상, 호봉승급분 2만3000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앞서 기본급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생산성 향상 격려금 300만원, 경영목표 달성 격려금 200만원 지급, 월차제도 폐지,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출연,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기금 20억원 출연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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