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에서 났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정(淨)한 물에 맑게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네, 속은 허허롭게 비우고도 겉모습은 꼿꼿이 서서 넝쿨지지도 않고 잔가지 같은 것도 치지 않는구나, 향기는 멀수록 더 맑으며 정정하고, 깨끗한 몸가짐 높이 우뚝 섰으니 멀리서 우러러 볼뿐 가까이서 감히 어루만지며 희롱 할수는 없어라" ▲이 글은 송나라 유학자 주무숙(周茂叔)이 아름다운 연꽃을 보고 노래한 애련설(愛蓮說)이다. 연꽃에 대해서 이만큼 깊이 알고 잘 표현한 글도 찾기 어렵거니와 연꽃을 화중군자(花中君子)라 부른 사람도 주무숙이었다고 한다. ▲그 화중군자라는 연꽃이 지금 한창 피고 있다. 싱싱한 연잎 사이사이로 봉오리로 올라오다 어느날 화려한 꽃잎을 떨구는가 하면 새로운 봉오리가 또 올라오는 연꽃의 자태는 향기와 더불어 환상적이다. 꽃잎을 다 떨구고 나면 연한 녹색의 줄기 끝으로 연밥이 고개를 숙인채 익어간다. ▲옛날 울산에는 이같은 연밭이 많았다. 옥교동 일대와 학산.학성동 일대의 연밭은 울산의 여름을 푸르게 했고 특히 철둑 넘어 새치 일대의 연밭은 갈숲과 더불어 공업단지 이후까지 연꽃을 볼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울산에서 그 푸른 연밭을 볼수가 없다. ▲연꽃의 원산지는 인도이며 꽃의 색깔에 따라 나누면 홍,백 두종류가 주류를 이룬다. 고전에는 이 두가지 색 말고도 황련과 청련이 나오고 있지만 본고장인 인도에서도 그런 색깔의 연꽃은 볼수 없다고 한다. 연꽃이 피는 시기는 7~8월이며 이 꽃이 피는 시각은 새벽 4시경이다. 해가 뜨기전에 먼저 피는 것이 연꽃이다. ▲한낮의 무더위는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스미고 있다. 가는 여름이 아쉬워 목이 메이는 매미 울음과 풀벌레소리, 백일홍 꽃잎까지 연잎위로 떨어지는 연밭이 있는 방죽에는 은은한 꽃향기와 더불어 가을이 실려오고 있다. ▲아직도 울산과 가까운 곳에서 연밭과 연꽃을 볼수 있는 곳은 경주의 서출지가 있고 경북 경산에 있는 삼천지가 있다. 싱싱한 줄기와 넓은 연잎, 푸른 연밭은 아직도 계절의 서정으로 가슴에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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