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댁 처마 끝에서 몰래 빼먹던 곶감

시골집 마당이나 길모퉁이에는 으레 높다란 감나무가 한 그루씩 있게 마련이다. ‘감 마을 인심’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감은 풍요와 너그러운 마음의 상징이다. 한 그루에 많게는 천 개가 넘는 열매가 달리는가 하면 이웃이 따먹을 감뿐 아니라 ‘까치밥’은 남겨두는 것 또한 우리 조상의 마음 씀씀이었다.

대풍을 맞아 온 천지가 주황색 감 천지가 된 요즘, 이 감을 주재료로 한 겨울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미리 만들어두면 어떨까. 곶감과 홍시 등은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엄마표 간식이 될 수 있다.

곶감은…
청도·진영 등지서 떫은감 구입해
껍질 최대한 얇게 깎아 실에 묶어
통풍 잘되는 곳서 한달 정도 말려

홍시는…
감꼭지에 소주 뿌리고 밀봉한 후
방안에 사흘정도 그냥 두면 완성
비닐에 싸 냉동하면 아이스 홍시

◇아파트에서 만드는 곶감

겉은 쫀득하지만 속은 촉촉한, 한입 깨물면 진득한 과육이 치아에 착 감기는 곶감은 말 그대로 우는 아이 달래는 특효약이다. 곶감을 도시의 아파트에서 만들 수 있을까. 몇 가지 요령만 잘 지키면 가능한 일이다.

먼저 울산과 가까운 청도와 밀양 김해와 진영 등 곶감 주산지에서 떫은 감을 주문해서 구입한다. 잎사귀 모양의 꽃받침을 손으로 떼어 내고 꼭지만 남긴다. 산지에서는 기계로 껍질을 깎아 내는데, 집에서는 과도를 이용해 최대한 얇게 깎는다.

▲ 아파트 베란다에서 빨래와 함께 말라가는 곶감. 집에서도 손쉽게 곶감을 만들 수 있다.
다 깎은 감은 꼭지를 살핀다. 꼭지가 시원찮거나 떨어진 감에는 이쑤시개를 꽂아서 꼭지를 대신하면 되는데 수직으로 꽂기보다는 과육에 박히도록 약간 비스듬히 꽂는다. 이 때 이쑤시개는 한쪽만 뾰족한 것을 사용해 실이 빠지지 않도록 한다.

실은 바느질용 실을 두겹으로 겹쳐 쓰거나 나일론 줄을 사용한다. 꼭지를 두번 돌려 감아 단단히 묶는다. 너무 많이 걸면 무거워서 떨어져 버릴 수 있으니 과욕은 금물이다. 한 줄에 8~10개가 적당하다.

감을 말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통풍이다. 곶감발은 창문가에 걸어 놓는데 비가 오거나 습한 날을 빼고는 문을 계속 열어 둔다. 실내가 너무 습하면 선풍기를 틀어서 겉면을 먼저 꾸덕하게 말린다.

반건시로 먹으려면 보름에서 한달, 제대로 말리려면 한달에서 두달 정도 걸린다.

◇한겨울 간식 홍시 만들기

▲ 가을철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곶감 말리는 풍경.
겨우내 장독 깊숙이 꼭꼭 숨겨두었다 간식으로 꺼내 먹던 홍시. 말랑말랑하게 익은 주홍빛 홍시는 생각만해도 침이 고인다. 떫은 감을 사와서 홍시로 만들어두면 한 겨울 내내 요긴한 간식이 될 수 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장독대 옹기 속에 떫은 감을 차곡차곡 쌓은 뒤 뚜껑을 덮은 뒤 그냥 놔 둔다. 일교차가 클 수록 홍시의 당도는 높아진다. 20여일 정도 지나면 홍시 맛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장독대가 없는 아파트에서도 요즘엔 충분히 홍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빨리 홍시를 맛보고 싶을때는 감 꼭지에 소주를 두세차례 분무한 후 비닐봉지에 넣고 밀봉한 뒤 방 안에 그냥 둔다. 3일 정도 지나면 바로 홍시가 된다.

급할 게 없다면 감을 상자 째 밀봉한 채 그냥 둔다. 열흘 정도 지나면 홍시를 맛 볼 수 있다.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매끈한 홍시를 만드는 비법은 밀봉하는 방법에 달려있다. 그냥 놔두게 되면 감꼭지를 통해 수분이 빠져나가 표면이 쭈글쭈글해져서 볼품이 없어진다.

떫은 감이 90% 정도 홍시가 되었을 때 비닐이나 랩에 싸서 냉동실에 보관하면 아이스홍시가 된다. 칼로 껍질을 까서 먹거나 녹여서 숟가락으로 떠 먹으면 훌륭한 디저트가 될 수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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