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를 거점으로 새로운 아시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지난 2006년 피지 군사쿠데타 이후 피지에 가했던 제재를 8년 만에 해제할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인근 서방 국가는 이미 제재 해제 방침을 밝혔다.

호주 줄리 비숍 외무장관은 피지를 방문해 이런 사실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이는 서방국가들이 지난달 피지의 민주선거를 계기로 쿠데타 이후 사실상 관계를 끊었던 피지 정권과 다시 손을 잡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호주의 서쪽, 뉴질랜드의 북쪽에 있는 피지는 동쪽으로 남태평양이 탁 트인 덕에 풍부한 수자원과 해저자원 등을 보유한 나라다.

이 때문에 서방 국가들은 피지에 재정지원을 하는 등 공을 들여왔으나 2006년 보레케 바이니마라마 당시 해군 제독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이런 지원을 끊었다.

이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왔다.

피지에 축구경기장, 수력발전소 건설 자금을 대는가 하면 금광 등 원자재 산업에 각종 투자를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쿠데타 전인 2005년 2천320만달러(247억원)에 그쳤던 중국의 대 피지 지원금·차관은 2011년 8억5천만달러(8천540억원)까지 늘어났다.

현재 피지의 전체 대외부채의 25%가량은 중국계 자금이다.

중국 기업들도 피지 전체 직접투자의 37%를 차지한다.

피지 쿠데타 정부는 이 자금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벌였다.

이는 지난달 8년 만에 처음 치른 선거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여당이 승리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제재는 피지를 민주주의로 되돌리려는 것이었지만, 중국에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존재감을 더 키울 기회만 줬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이 다시 피지에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 이미 너무 커져 버린 중국의 영향력을 내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미국 오바마 정부의 외교 기조 ‘아시아 중시 전략’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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