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 양보로 일자리 나눠야
공정한 경쟁 위해 노조도 동참을
취업 성공한 젊은이 더 늘어나길

▲ 김주홍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국에서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다지도 힘든 것인가? 많은 학생들이 학창시절을 소위 ‘스펙 쌓기’를 위하여 다 보내고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에 대한 평가에도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크게 작용한다 하니, 대학에 교수로 근무하는 사람이나 대학을 경영하는 입장이나 모두가 어렵다.

돌이켜보면 젊은이들의 취업문이 좁아진 것은 1997년 한국경제가 소위 ‘IMF 관리체제’로 전락했던 때부터이다. 그런데 그 때는 그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해외연수를 한다, 정보통신기술을 배운다, 외국어 자격증을 딴다는 것 등등이 그것이었다. 그리하여 이러한 경력을 찾아 ‘스펙’을 쌓는 일이 보편화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더욱 더 일자리는 줄어들고 취업기회는 좁아졌다. 정보화와 세계화는 산업효율을 높이고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자본집중을 가속화시켰다. 정보화가 심화될수록 인간이 생산보다는 여가를 더 즐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완전히 빗나갔다. 거대작업장에서 인간의 일자리는 컴퓨터와 로봇이 대체하였고, 그럴수록 임시직과 계약직은 늘어나 직업의 안정성이 약화되고 임금도 저하되는 현상이 심화되었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 하고 생활에 어려움이 가중되게 되면,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듯이, 그들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갖지 못하게 된다. 후생가외(後生可畏)라 했던가? 하지만 지금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부작용은 우리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선택하고 즐겼기 때문에 생겨났다. 컴퓨터가 없는 집들이 거의 없고 우리 스스로 한국이 IT 강국임을 자랑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선택의 결과, 우리 자식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못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자식도 포기한 채로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불법화하고 세계화를 거슬러 국제적으로 시장 문을 걸어잠그고 살아갈 수도 없다.

이러한 딜레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은 젊은이들에게 최소한 ‘한 번의 성공’을 맛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젊은이들은 꿈만 먹고도 살 수 있다. 우리 기성세대들처럼 이해타산이 서지 않아도 젊기 때문에 ‘꿈’에 미래를 걸 수 있다. 그들에게 ‘단 한 번의 성공’에 대한 경험이 주어진다면, 그것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꿈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최소한 ‘한 번의 성공’을 맛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일자리를 나누어야 한다. 현재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가 조금 양보하면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좀 더 만들어 줄 수 있다. 현금으로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 기업들은 이를 좀 더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다 말라죽고 나서 백수십 조 현금유보자산이 쌓여 있은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노조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해 주길 호소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언젠가부터 노조를 위한 노조의 길을 걸었다. 경제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 파업을 일상화했던 적도 있고, 그들만의 이익을 위하여 투쟁전선에 나서기도 하였다. 새로운 신입사원들을 뽑는 ‘거사’에 자신들의 자식, 친인척들을 집어넣기 위하여 ‘힘’을 쓸 것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으로 참신한 젊은이들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인재발굴 및 양성이라는 대의를 위하여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 번의 성공’이라도 경험한 젊은이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는 더욱 건전하고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더욱 더 애국할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접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김주홍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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