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법조계의 반응 보도하면서
일부 언론 정반대의 사실로 ‘왜곡’
기자의 진실위반, 어디에 반박하나

▲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술 먹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고, 음주를 숨기기 위하여 도망까지 간 사람을 보면, 딱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누구라도 술 먹고 이런 저런 이유로 운전을 할 때가 있으니, 세상 모든 일이 멀찍이 떨어져서 생각하는 것처럼 되지는 않는 듯하다.

어쨌든, 얼마 전 뺑소니로 잡힌 사람이 찾아와서 걱정이 태산이다. 사람이 착하다 보니까 수사기관에서 도망간 이유를 물을 때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모양이다. “변호사님, 음주운전한 것 때문에 도망갔다고 말할까요?” “미쳤어요. 음주운전한 것을 왜 말하세요!” 이런 식의 대화는 우리 변호사에게 일상적이다.

외국에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참 바지사장이 많다. 곳곳에 바지사장이 있다. 그 중에 하나, 오락실 사장들은 오락실을 도박장처럼 운영하다가 잡히면 바지사장을 내세워 빠져나가는 것을 참 많이 시도한다. 그런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진범을 알아도 모른 척한다. 때로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진범을 숨길 수 있는지에 대해 같이 고민을 하기도 한다.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를 정한 변호사법 제24조의 제2항에는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의 진실의무’를 규정한 것인데, 앞에서 말한 상황은 모두 이런 진실의무와 관련이 있다. 변호사들 중에서 진실의무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의뢰인의 요구에 부응하여 사건을 맡아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진실의무는 늘 뒷전일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러고도 여태까지 무슨 탈이 난 적은 거의 없다.

최근에 서울중앙지검장은 변호사법에 따라서, 대한변협회장에서 변호사 11명에 대한 징계개시를 신청하였다. 그 중 민변 소속 변호사가 7명, 민변 소속이 아닌 변호사가 4명이다. 민변 소속이 아닌 변호사 4명은 사기 등의 일반범죄로 기소된 사람들이고, 민변 변호사 7명 중 5명도 경찰관에 대한 폭행 등으로 기소된 사람이다. 문제는 민변 변호사 2명은 범죄행위로 기소된 것도 아닌데, 징계개시가 청구되었다. 한 사람은 ‘허위진술을 종용하였다’는 것이고, 한 사람은 ‘진술거부권 행사를 강요하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변호사의 진실의무 위반을 징계청구 사유로 한 것인데, 그 징계청구 사유가 놀랍다. 모르긴 몰라도 변호사 중에서 그런 사유의 징계청구를 타당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제 밥그릇 지키기’ 때문이든 아니든, 민변이 아닌 변호사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징계청구가 놀랍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서울중앙지검에서도, 두 변호사의 경우 ‘허위진술을 종용’하였거나 혹은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강요’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의 의뢰인들이 나중에 가서 적극적으로 변호사의 대응을 원망하면서 변호를 거부하기까지 한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여, 의뢰인 중에는 처음에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변호사의 도움을 그런 방향으로 받다가, 결국 범행은 범행대로 인정되어 버리고 오히려 부인한 것 때문에 형량만 올라간 경우, 항소심에서는 범행을 자백하고 선처를 탄원하면서, 여태까지 부인한 것에 대하여 변호사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어쨌든 검찰도 그런 정도 사정이야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계청구를 감행한 것을 보면, 다른 사정도 있겠지만, 아무튼 앞으로 그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그나저나, 검찰의 징계청구를 보도한 여러 신문을 보면, 왜 똑같은 법조계의 반응을 보도하면서도, 그 반응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읽혀지는지 모르겠다. 신문의 시각에 따라서 자기 쪽 사람들의 반응만 보이는 것인가? 아니면 적어도 한 쪽 신문은 안 그럴 줄 알면서, 허위로 왜곡하여서 보도하는 것인가? 사실 변호사의 진실의무 위반이야 즉시 이를 반박할 상대방이 있고, 또 이를 판단해 줄 법원이 있다. 하지만, 기자의 진실의무 위반은 도대체 누가 반박하고 누가 징계청구를 하여야 하는가.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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