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건강한 울산 만들기 - 호스피스 완화의료

▲ 지난 13일 울산대학교병원 호스피스 의료완화 병동에서 봉사자들이 암 환자의 머리를 씻겨주고 있다.

“처음 어머니를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 모셨을 때는 꼭 어머니의 병을 포기하고 버린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그러다가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들, 그리고 봉사자들까지 정성을 다해서 돌보는 것을 보면서 안도했습니다”

울산대학교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 암 말기 환자를 둔 한 보호자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애쓰는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3일 찾은 울산대학교병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은 죽음의 그림자가 짙어가는 칙칙한 곳이 아니었다. 환자들과 의료진, 봉사자들까지 한데 힘을 합쳐 환자의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감과 절망보다는 매 순간 삶의 마지막을 즐기고 가족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그들에게서 꺼지기 직전 가장 밝게 빛나는 양초같은 빛이 났다.

■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심리사회적·영적·임종 돌봄 등 통해
치명적인 병에 걸린 환자의 고통 경감

■ 완화의료 인식 부족
일반인 잘 알지 못해 부정적 인식 다수
각 지자체 인식변화 위한 교육 실시

■ 정부 지원 시급
병원, 수익성 낮아 운영 꺼리고 있어
울산은 울산대병원만 운영하는 현실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부족

세계보건기구(WHO)는 완화의료를 통증이나 다른 신체적, 정신·사회적, 영적인 문제들을 예방하고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으로, 조기 발견과 정확한 평가와 치료로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환자나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신체적 돌봄, 심리사회적 돌봄, 영적돌봄, 임종돌봄 및 사후관리, 가정방문 등을 통해 환자들의 마지막을 곁에서 지켜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이들이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병원에서 울산 지역 일반인과 암환자 및 암환자의 보호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인 중 ‘호스피스란 단어를 들어보았다’라는 대답이 전국평균 68.6%에 비해 울산은 77.6%로 다소 높게 조사됐다.

그 중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치료가 행해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비율은 전국평균 71.4%, 울산은 64.1%로 나타나 아직도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일반인들의 정보가 많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수진 교수는 “사람들은 아직도 죽음은 나쁜 것으로 그 자체에 대한 얘기와 교육을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이러한 점을 극복하고자 호스피스 완화의료 교육을 울산의 각 지자체와 협동해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관심있는 사람들만 오는 점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지원 필요

정부에서도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달 14일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감 질의를 통해 “지난해 국민 26만6257명이 죽음을 맞이했으며, 그 중 28.3%인 7만5334명이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등 환자가족을 포함해 매년 국민 100만여 명이 죽음으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해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이용률은 12.7%에 불과해 현실은 국민적 희망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말기암 환자의 완화의료서비스 이용률은 2009년 9.1%에서 2011년 11.9%, 2013년 12.7%로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의 64.3%, 싱가포르의 70% 이용률과 대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통해 완화의료팀(Palliative Care Team, PCT)과 가정호스피스 법제화, 건강보험 수가 도입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전국 54개 완화의료 전문기관(868병상)에 대해 총 27억원의 예산을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은 갖추어야 할 시설과 규모에 비해 낮은 의료 수가로 병원측에서는 수익성의 이유로 운영을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수진 교수는 “울산에서 울산대병원만 호스피스 의료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라며 “현재 가정방문을 통한 가정 호스피스의 경우 책정된 수가도 없는 상황이며 현실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의료수가에 대한 재책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스피스 병동 지키는 봉사자들

울산대학교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는 의료진과 더불어 환자들 곁을 지키는 봉사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이미용 봉사와 발마사지, 목욕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말기암 환자들의 경우 의식이 온전치 못 한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의 손길을 거쳐 개운하게 머리를 감고 나면 환자들도 연신 웃음을 지으며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호스피스 봉사단 전은주(여·58) 회장은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오는 환자나 보호자들도 처음에는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봉사자들의 손길을 거부하기도 하지만 곁에서 함께 하다보면 먼저 도움을 요청하면서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라며 “특히 환자들이 임종을 앞두고 우리 봉사자들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는 말을 할때면 환자들을 위한 우리의 작은 정성이 통한 것 같아 되려 더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봉사단원들은 봉사를 하기위해 60시간의 정규교육을 받고 병원에서 또 별도의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별도의 교육을 받으면서까지 매일, 매주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고 떠나보내는 그들에게 호스피스 병동의 봉사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전 회장은 “매주 오면 칠판에 임종을 맞이한 분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가슴이 뭉클하고 슬픈 것이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그 분들이 가는 마지막이 고통스럽지 않게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는 사실에 힘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설문조사
 

문항 전국 일반인(울산) 가족(울산) 환자(울산)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더 이상의 완치를 위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의 한 분야이다 714(71.4%) 319(64.1%) 38(73.1%) 17(46%)
호스피스완화의료 기관은 임종 직전에 가는 곳이다 276(27.6%) 167(33.5%) 15(28.9%) 11(29.7%)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말기암 환자의 죽음을 더 재촉한다 640(64%) 344(69.2%) 29(55.8%) 14(37.8%)
호스피스완화의료 기관은 요양병원이다 249(24.9%) 192(38.6%) 27(51.9%) 16(43.2%)
호스피스완화의료 기관은 종교기관이다 545(54.5%) 293(58.8%) 34(65.3%) 1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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