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 동강병원 심장내과 전문의가 심근경색을 앓고 있는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두 개의 병원을 경영하고, 의사회 회장까지 지내며 불과 사흘전까지 해외 의료봉사활동에 매진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였던 백모(57)씨가 지난 15일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백씨는 의사로서 평소 꾸준한 건강관리를 해온데다 오는 연말에는 운영하던 병원의 신관 증축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었던 터라 안타까움과 충격은 더욱 컸다.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백씨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지 않아 사망원인을 돌연 심장사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의 사망과 함께 ‘돌연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금껏 단순히 ‘운이 나빠서’라고 치부해 오며 별 다른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던 돌연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이다.

따뜻한 잠자리서 갑자기 찬공기에 노출
고혈압·심혈관 질환자에겐 최악의 환경
뇌혈관·심장 동맥 막히면 급사할수도
심장마비 발생시 ‘골든타임’ 5분 안에
심폐소생술 이뤄져야 뇌손상 줄일수있어
금주·금연·운동으로 몸 관리도 필수

◇심장마비 발생 시 심폐소생술이 가장 중요

돌연 심장사란 증상 발현 후 1시간 이내에 심장 원인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목격자가 없는 경우, 치명적인 원인이나 전조 증상 없이 24시간 이내에 발생한 자연사도 돌연 심장사에 포함시킬 수 있다. 돌연사의 90% 정도가 심장 이상 때문에 발생한다. 그 중 70% 이상은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1시간~4주 전부터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흉통과 호흡곤란, 메스꺼움, 어지러움이 대표적이다. 왼팔이 저리고 아픈 증상 역시 심장마비 전조 증상이다. 증상 자체가 심각하지 않아 소화제나 우황청심환을 먹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김형준 동강병원 심장내과 전문의는 “심장마비 증상이 발생할 시에는 무엇보다 심폐소생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병원 응급실까지 오는 도중에도 쉬지 말고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장마비가 온 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이유는 뇌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심폐소생술이 이뤄져야 하는 골든타임은 ‘5분’이다. 김형준 전문의는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심장이 움직이지 않아 뇌에 산소 공급이 어려워진다”면서 “의식이나 호흡, 맥박이 없다면 똑바로 눕힌 뒤 머리를 뒤로 기울이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먼저 확보한뒤 가슴 가운데를 양손으로 압박한다. 만약 환자가 구토하며 쓰러졌다면 똑바로 눕게 한 자세에서 머리만 옆으로 향하게 해야 기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장동맥 내 쌓인 찌꺼기로 내벽이 터지면…

심장마비는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상태다. 합병증이나 사고가 아니라면 대부분 혈관 내에 덩어리진 혈전이 생기는 관상동맥질환과 부정맥으로 인한 심근경색이 원인이 된다.

김형준 전문의는 “심근경색은 심장동맥 내에 쌓인 기름찌꺼기(죽상경화반) 자체가 혈류의 흐름을 방해함으로써 발생된다. 이런 기름찌꺼기를 덮고 있는 혈관의 얇은 내벽이 터지면, 혈관 안쪽의 혈류에 기름찌꺼기가 노출되고 혈전(피덩어리)이 생기면서 급작스럽게 혈관이 좁아지고, 흉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혈전에 의해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하게 되고, 식은 땀을 동반하는, 참기 어려울 정도의 흉통이 20~30분 이상 지속되며 심장근육의 영구적 괴사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 때는 발생부터 환자를 발견할 때까지의 경과 시간, 환자 발견 후 신속한 조치, 그리고 병원 후송 후의 적절한 조치 및 치료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시간이 지체되면서, 특히 저산소성 뇌손상 등의 회복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과음한 다음날 새벽출근… 겨울철 심장엔 최악

초겨울 아침 공기는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자를 더욱 무섭게 위협한다. 따뜻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찬 아침 공기에 노출되면 위험도는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병원으로 이송된 겨울 환자 대부분이 아침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찬 공기를 마시면 뇌출혈(고혈압 환자), 돌연 심장사(심혈관 질환자)를 당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말초동맥이 수축되어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동수까지 상승하기 때문이다.

김형준 전문의는 “우리 몸은 아침에 교감신경을 깨우며 활동 준비를 시작한다. 그런데 밤 사이 풀어졌던 인체가 갑작스럽게 찬 공기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빠르게 활성화된다. 이렇게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혈관 수축, 혈압 상승, 심박동수 증가, 혈소판 흥분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혈압이 올라 심장과 뇌 혈관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심장 동맥과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날 술과 흡연을 과도하게 한 경우 그 다음 날 아침에 심장 돌연사의 위험성은 매우 커진다. 과음을 하면 다음날 아침에 심장 부정맥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관동맥이 경련수축하여 심장허혈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주·금연 실천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심장마비 증상을 보이다 소생됐지만 후유증 없이 회복되는 경우는 10%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전에 원인 심장질환의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걷기, 등산, 조깅, 수영, 줄넘기, 자전거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3회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운동 시작 전에 준비 운동을 5~10분 정도 하고, 실제 운동 시간은 30~60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와 함께 김형준 전문의는 “육류, 저장식품, 가공식품, 인스턴트 식품 등 지방질,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과 염분이 많이 함유된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은 피하고, 채소, 과일, 잡곡, 현미, 콩류, 해조류 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건간한 식단과 금연, 금주 그리고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김형준 동강병원 심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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