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원 들인 덕신2차·봉계...상권 한계·공간 협소 문제
상인들 입주 꺼려 무주공산...시장경영진흥원 “D~E등급”

 

시설현대화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면서 수십억원을 들여 건립한 울산 울주군지역 시장 건물들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지역 특성을 무시한 시설현대화가 예산낭비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15일 주말과 장날이 겹친 울주군 덕신2차시장(옛 농수산물도매시장).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아케이드까지 설치한 시장에는 장꾼과 주민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수십명이 장사를 해도 남을 30여개의 장옥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20여개가 넘는 상가도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 현대화 시설을 갖춘 울주군 덕신2차시장 내부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사진 위), 시장 인근 도로변의 불법 노점들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어 대비를 이루고 있다.

반면 인근 2차선 도로에는 불법노점 100여개가 줄지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장을 보기 위한 주민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주민 편의와 노점상 생계 보장 등을 위해 울주군이 단속에 유연성을 보이면서 하나의 장터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교통체증을 비롯해 소음, 악취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이 마련한 방안이 덕신2차시장 건축물 건립이었다. 현대화된 건물을 지어 장터를 마련, 불법노점을 양성화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17일 울주군에 따르면 울주군은 지난 2007년말 모두 27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군유지인 울주군 온산읍 덕신리 일원 3400여㎡의 부지에 지상 2층 규모의 점포 24곳과 장옥 32칸, 사무실 등을 갖춘 덕신 2차시장을 지난해 연말 준공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시장의 현재 모습은 불법노점상 흡수는 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덕신2차시장은 준공 초창기부터 제구실을 못했다. 군이 공개추첨을 통해 점포와 장옥의 주인을 찾았지만 상인들은 외면했다. 상인들을 건물내부로 끌어들이기에는 상권 자체의 한계가 있는데다 공간 협소 등이 문제로 부각됐다.

19억여원을 들여 시설현대화에 나섰던 두동면 봉계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울주군은 지난 2006년 11월4일 준공식을 갖고 2600여㎡ 부지 1층에 점포 12개와 장옥 좌판 40개(4칸), 2층에 점포 3개 등을 갖췄다. 그러나 현재 봉계시장의 모습은 장꾼도 주민도 찾지 않으면서 전통시장의 맥이 끊어진 상태다. 대부분의 점포는 일반상가처럼 변질돼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 2곳 시장에 총 46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시장경영진흥원이 조사한 전통시장 활성화 평가에서 경영여건이 최하의 등급인 D~E등급에 머물고 있다.

정확한 예측없이 무분별하게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만 추구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분양을 받은 상인들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상인 김모씨는 “매년 150만~2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하고 있지만 문만 열어 논 개점휴업 상태”라며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장꾼들과 주민들을 건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시장활성화는 상인회의 주도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행정기관에서도 다양한 대책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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