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때 씻어줄 따뜻한 무대

재개발 동네 세탁소 무대로 일상 속 삶과 행복 그려내

▲ 현대예술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2’
재개발로 황량해진 동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한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 강태국(승의열 분)의 하루 이야기를 다룬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2’(연출 권호성·대본 김정숙)가 현대예술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무대 위에는 오래된 세탁소 하나가 차려져 있다. 세탁비닐에 씌어진 수십벌의 옷들이 천장 아래로 늘어져있고, 커다란 세탁소용 세탁기와 낡은 오디오, 낡은 쇼파, 낡은 테이블, 낡은 금고가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에 실제로 작동되는 다리미가 연극의 현실감을 더하고, 결정적인 순간 마다 켜지는 고장난 오디오는 배우 한 명분의 역할을 해낸다.

이 물건들이 모여 강태국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동네 어귀마다 하나씩 있던 바로 그 세탁소다.

세탁소의 하루는 일일드라마 속 일상처럼 평범하고 따뜻하다. 강태국은 시종일관 목이 늘어난 흰색 반팔 티셔츠만 입고 등장한다. 하지만 옷을 통해 그 사람의 일상을 알아 볼 수 있는 강태국은 이웃들의 옷을 함부로 하는 법이 없다. 그에게는 모든 옷이 소중하다.

또 그는 팍팍한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담뱃값을 찔러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가졌다. 언제나 본인의 감정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인물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일까. 그는 극의 초반부터 연기에 발동을 걸지 않는다. 조연같은 주연을 연기하면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조미료가 된다. 극이 절정에 이를 때서야 비로소 그는 짜릿한 연기를 보여준다.

주인공 태국의 연기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마치 실존하는 인물인 것 처럼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연기를 펼친다. 또 극의 묘미를 살리는데에는 조명도 일조했다.

야무지게 구성이 짜여진 연극은 중반부를 넘기면서 ‘착한 이웃, 강태국’을 깨트리는 사건을 발생시킨다. 늦은 밤 찾아온 손님이 세탁 보낸 옷 속에 많은 돈이 든 지갑을 넣어 놓았는데 없어졌다며 하소연하는 것이다. 손님을 돌려보낸 태국은 세탁소 문을 걸어 잠그고, 몰래 지갑을 찾기 시작한다. ‘그 돈만 있으면, 그 돈을 내가 찾으면, 나도…’

연극은 단순한 말장난보다 일상 속의 삶과 진정한 행복을 보여주며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초반부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결말이 기대된다. 등받이에 기댔던 몸을 본인도 모르게 일으켜 세우게 된다.

12월6일까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공연 없음. 현대예술관 소공연장. 전석 2만5000원. 202·6300.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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