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그림 박상호

도쿠가와 쓰나요시는 에도성 고텐(御殿)의 보좌에 앉아 있지만 똥 밟은 표정이었다.

그는 위협적인 목소리로 박어둔에게 말했다.

“우르친도(울릉도)와 죽도(독도)는 오랫동안 빈섬이어서 우리배를 보내어 우리 땅으로 편입했다. 나는 그 두 섬을 호키주 나의 신하들에게 봉지로 주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개를 좋아해 이누쿠보(犬公方: 개 쇼군)란 별명으로 불린다더니 과연 개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박어둔이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생각하고 참았다.

“쇼군, 아까도 말했듯이 두 섬은 빈 섬이 아니라 엄연히 주인이 있는 섬이외다. 고려말 당신들 왜구들의 준동으로 우리나라가 사민정책에서 쇄환정책(관리가 정기적으로 섬을 방문하여 주민을 소환해 들임)으로 잠시 전환함으로써 섬이 잠시 비었을 따름입니다. 그 비어있는 틈을 타 호키주의 사람들이 들어온 것뿐이오.”

“그렇다면 그 증거를 내놓아라.”

“울릉도가 조선 땅임을 증언할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 일본 땅에서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임을 증언할 사람이 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게 누구란 말이냐?”

“대마도 도주와 호키주 태수입니다.”

박어둔은 대마도와 호키국이 오랫동안 죽도를 사이에 두고 어렵권을 다투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서로 대립하는 두 세력의 틈을 이용해 죽음의 덫에서 빠져나왔다. 박어둔은 이번에도 이 두 자의 증언을 통해 울릉도와 자산도(독도)가 조선 땅임을 확인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쇼군은 옆에 무릎 끓고 앉은 노중(老中, 가신)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 두 자를 이곳에 부르도록 하여라.”

“예, 알겠습니다.”

일주일 뒤 에도성 쇼군의 고텐에 박어둔 안용복과 함께 대마도 도주 소 요시츠구(宗 義倫)와 호키주 태수 마츠타이라 신타로(松平新太郞)가 불려왔다.

1617년부터 대마도와 호키주는 죽도도해 문제로 서로 다투고 있었다. 이들은 조선의 쇄환을 피해 몰래 도해해 마치 자신의 영토와 어장처럼 관리해오면서 서로 자신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박어둔의 울산호가 울릉도 남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 두 가문은 때로는 사이좋게 때로는 서로 싸우면서 항구에 어막을 짓고 마음대로 드나들었다.

그러나 최근 울릉도와 죽도를 호키주의 오야(大谷)와 무라카와(村川) 두 집안이 독식하면서 대마도 도주 소는 자신들이 못 먹을 바엔 차라리 원주인인 조선에게 돌려주는 것이 좋지 않나고 생각하고 있었다.

박어둔이 대마도 도주 소에게 미리 말해두었다.

“소사마님, 만약 대마도가 죽도를 조선의 땅으로 인정하면 어렵권을 대마도에게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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