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지 전락 막을 대책 마련 시급

S-OIL·현대重그룹 등 연구·설계기능 수도권 이전

인프라·인력풀 등 열악해 정주여건 개선 등 서둘러야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주력 제조업의 동반 침체 위기에 직면한 울산지역 주요 대기업들이 R&D(연구개발) 기능을 잇따라 수도권 등으로 이전을 추진, 산업수도 울산이 생산기지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울산시가 민선 6기 들어 창조산업도시를 표방하며 미래 먹거리를 위해 R&D 기능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기업체들은 경쟁력을 이유로 되레 R&D 기능의 탈(脫) 울산화에 나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울산시와 지역 산업계에 따르면 S-OIL은 온산기술연구소에서 수행하던 석유제품 및 공정분야 연구, 고객 기술지원 기능을 서울 마곡산업단지로의 이전을 진행 중이다. S-OIL은 마곡산업단지 내 2만9099㎡ 부지에 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TS&D(기술서비스 & 개발) 센터를 건립 중이다. S-OIL은 이 센터에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R&D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서만 3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인 현대중공업그룹도 조선 3사의 영업조직과 울산에 있는 현대미포조선 선박영업부와 기본설계부를 올해 초 서울 계동 사옥으로 옮겨갔다. 선박영업 및 기본설계 부문 인력은 210여명이다. 현대중공업은 대고객 편의제공과 영업활성화 및 고급인력 확보를 위해 이들 인력의 근무지를 서울로 옮겼다고 밝혔다.

지역 산업계는 이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시설 및 인력의 집적화·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의 R&D 기능 이전이 해당 기업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반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에 있던 현대차연구소를 지난 1995년 경기 화성시의 남양연구소로 옮기면서 협력업체들이 연쇄 이전하는 위기를 맞았고 울산공장도 현대차의 단순 생산공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에너지 연구소도 정부가 1990년대 초 대전에 연구단지를 조성하면서 옮겨가 연구기능이 사실상 없어진 상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수도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울산이 대한민국의 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기는 이유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없었던 경기 불황에 다양한 사업군을 거느린 대기업 집단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융복합 등 연구기능의 집적화를 꾀하는 것 같다”며 “연구기능의 탈 울산화가 진행될 경우 미래 먹거리를 찾는 울산으로선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기업부설연구소 한 관계자도 “기업체 입장에선 아무래도 인력풀과 주변 인프라가 잘 구축된 수도권을 선호하는게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며 울산의 열악한 인프라와 인력풀을 탈 울산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울산시가 진행 중인 산학연 융합의 테크노산업단지와 연구개발특구 지정 등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S-OIL의 연구개발 기능 이전은 현대차와 달리 일부 기능의 통폐합으로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외 기업체 연구기관 신규유치 활동과 국책연구원 유치, 대학연구기능 강화, 테크노산단 조성, 연구개발 인프라 확대 및 정부 R&D 과제 추진 등으로 지역의 연구개발기능을 강화해 창조경제 실현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