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화의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화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선사미술유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암각화의 보존과 관광자원화도 국보급으로 개발해야 한다. 자연생태계와 문화생태계가 동시에 보존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요즘 울산광역시에서 추진하는 반구대·천전리 암각화 공원조성 사업은 개발논리에 치중돼 있는 것이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암각화 유적과 그 주변의 자연환경은 천연 그대로 보존할 때에 그 가치가 돋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을 수없이 해왔으나 울산시는 이를 무시하고 당초계획대로만 추진하려한다.  그동안 난개발로 얼마나 많은 국토가 황폐화되었는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60년대식 개발의 논리로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유적의 공원사업을 추진한다면 국보급 자연환경과 암각문화재도 모두 잃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전라북도의 새만금 간척사업과 강원도 동강의 물막이공사 계획이 환경전문가와 시민환경운동단체의 반대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기존의 개발방식에 더 이상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알아야 한다. 요즘 경관이 좋은 사찰들도 사찰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아래에 주차장을조성하여 관람객들이 몇 ㎞씩 걸어 들어오게 하는 경향인데, 울산광역시는 반구대 진입로를 8m로 넓혀 현재의 미로 코스를 파괴하고 반구대 유적 코앞에 대형 주차장을 개발하겠다니 거꾸로 가는 전근대적 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국가정책으로 추진하는 자연친화적인 문화관광 개발방식이 그린투어리즘(Greentourism)이다. 그린투어리즘이란 관광객들이 천연적인 자연환경 속에서 생태문화와 문화유산을 체험하고 편하게 쉬어가도록 만드는 새로운 문화관광자원화 개발방식이다. 이미 선진국에서 그린투어리즘을 실시해오고 우리나라에서도 이 시스템을 받아들여 전국적으로 확대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하였다.  반구대·천전리 암각유적과 주변의 자연환경을 원시적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그곳을 걸어다니며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는 선사생활문화 관광자원으로 개발해야 그맛이 있다. 관광객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것보다 암각화를 어떠한 방식으로 보여주는냐가 더 중요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선사시대의 반구대를 찾아가는 게 관광자원화의 가치가 큰지 아니면 유원지 조성방식으로 암각화공원을 개발하는 게 옳은지 신중하게 판단할 일이나 이제 기존의 전시행정과 개발논리의 문화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문화유적이 유흥관광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문화재는 보호의 대상이지 개발논리의 잣대로 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가 중요하지 관광단지 조성방식으로 개발하려는 발상은 문화정책과 문화관념에 기본적인 인식이 잘못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구대·천전리 암각화와 그 주변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선사유적공원으로 꾸미느냐 단순히 관광위락지로 전락시키느냐는 울산시민의 몫이라고 본다. 반구대·천전리 암각화는 자치단체장 임의로 개발할 대상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있는 그대로 보존해온 훌륭한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게 이 시대 사람들의 책임이요 의무다. 암각화 유적은 후손들의 몫이다.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짓은 그만두자. 자연이나 유적은 한번 훼손하면 절대로 원형 복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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