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 맘때 쯤 밀양 얼음골에 간 적이 있다. 말 듣던대로 그 곳은 참 신기했다. 지리적으로 시원했지만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을 찾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또 한가지가 있었다. 눈여겨보면 곳곳에 이런 팻말이 보인다. "함께 왔다가 나만 두고 가면 어쩌느냐" "나를 큰길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나를 숨기지 말아요" 정말 예쁜 글귀들이 찬바람과 함께 한여름을 더욱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제였다. 이기회에 밀양군 담당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이런 말이 필요없는 사회가 되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욕심도 부리면서. 다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산과 바다를 찾게 된다. 여름의 피서지로는 우리나라에서 이보다 더한 곳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곳도 우리의 마음가짐에 따라 더욱 아름다워질 수도 파괴될 수도 있다. 누구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잘 지지켜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질서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것을 세살바기도 알고 있는데 귀찮아서 그러는지 내가 한 일을 누가 아랴 싶어서 그러는지 쓰레기통에 버려지지 않고 여기저기 편한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눈살이 찌푸릴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 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기라도 할텐데. 양심은 있어서라 해야할까. 나무 숲에 꼭꼭 숨겨두고 가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우리는 흔히 "자연을 사랑하자"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자" "2천몇년이 되면 먹을 물이 없다" "생태계를 살리자"고 야단들인데 아무리 떠들면 무엇하겠는가. 우리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한 자연은 계속 파괴되고 있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무슨 시시콜콜한 다아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변해가는 사회에 발맞추어 우리의 의식도 바꾸어 봄이 어떨까. 나는 아니다하는 생각에서 내가 혹시하고 돌아볼 수 있는 나로 말이다. 컴퓨터를 모르면 요즘 사람이 아니고 인터넷을 모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무리 풍부한 식견을 갖고 있어도 변해가는 사회에 따라가지 못하면 무식인인 것이다. 어제 저녁 우연히 TV에서 영화를 한편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유럽 중세기의 수도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오길래 그 시대의 종교영화인가 보다하고 보는 데 갑자기 승용차가 나오고 짧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세기를 초월한 그 영화는 결론적으로 정의로운 일은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온다고 교훈을 주면서 평범하게 끝나는 영화였지만 사람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일깨워 주었다. 자연은 인간을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달라진 것은 사람이지 자연은 아닌것이다. 자연은 예나 지금이나 묵묵히 우리들을 지켜주고 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우리들의 아름다운 마음들로 정성껏 가꾸고 다듬어서 정말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