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역사는 올바른 역사연구로 극복
증거 수집·취사 선택·활발한 토론으로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위해 노력해야

▲ 전상귀 법무법인 현재 대표 변호사

연말 송년모임이 한창이다. 한해를 되돌아 보고 또 새로운 한해를 기약하는 시점에 역사에 관심을 가져보자고 제안한다. 최근에 정부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6·25 전쟁이 북침인지 남침인지도 모른다면서 ‘역사를 바로 알자’고 나서고 이것이 국사교과서 검정문제로 비화한 적이 있다. 또,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고조선이나 고구려의 역사를 편입시키려고 하거나 일본 역사 교과서에 흥분하는 분도 있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국사논쟁을 통하여 집단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진영 논리 또는 국사나 역사가 시험과목으로 채택되는 이유 말고도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는 실천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독자 중에 무역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나라의 역사를 잘 아는 것이 도움될 때가 많다. 특히, 남이 별로 신경쓰지 않는 역사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연구하여 이를 활용한다는 것은 아주 유용하리라. 예컨대, 필자가 최근 터키의 사업가를 만났을 때, 터키 프리기아의 마이더스왕, 인도의 샤카족, 흉노 그리고 신라왕족의 문화적인 유사성을 말하고 터키와의 연관성을 논의하였을 때, 상호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좋은 소재가 되었다.

조선의 거상 임상옥이 무역을 하던 시절에 중국에는 여러 부류의 상인이 있었다고 하는데 만약, 명나라를 숭모하는 상인에게 청나라 역사를 말하거나, 청나라를 존중하는 상인에게 명나라 역사를 장황히 떠든다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겠는가? 한민족의 역사를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식민사관에 의해 역사가 왜곡되었다고 주장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역으로 말하면 왜곡된 역사 즉, 거짓말의 퇴치는 제대로 된 역사연구를 통하여 극복하는 것이지 식민사관이나 주변국에 대한 비난에 그친다면 그것은 반만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역사공부를 스스로 해서 삶의 교훈을 얻고 남이 가진 사관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유의 식견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는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첫째, 증거를 많이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송에서도 그러하듯 그 증거 중에 가장 우선인 것은 서증(書證)이다. 과거의 많은 역사책이 즐비하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눈을 외국으로 돌리면 사기, 한서, 후한서, 중국의 각종 정사(正史), 좀 더 눈을 돌리면 헤로도투스 이래 각종 역사서가 그것이다. 100년 전에 조선선비라면 지금의 서점과 도서관에 있는 상당부분 번역되어 있는 자료의 호사를 누렸을까? 서증 이후에는 물증(物證:고고학을 말한다)이고 최종적으로는 인증(人證:역사가를 말한다.)이다.

둘째, 증거의 취사를 선택하여 역사적 사실을 파악한다. 증거의 취사방법이 쉬워졌다. 백년이전의 책은 위조되기 어렵다. 위조하려고 해도 다른 사서와 부조화 때문에 금방 탄로 난다. 사서를 읽을 때는 가급적 동시대의 책을 대조해 보고 읽으면 된다. 흉노의 사정은 사기나 한서에 잘 드러나 있듯이. 여기에 고고학적인 성과물을 참조하여 좀 더 구체화 한다. 그 후 해석가(역사학자이든 아니든)의 말을 참조하면 된다. 역사학자의 말을 맹신할 이유는 없다. 참조는 하되 몰입될 이유가 없는 것은 역사를 배우는 다양성의 참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셋째, 스스로 판단한 역사적인 사실을 통하여 당시의 시대상황과 대조하여 교훈을 얻는다. 넷째, 역사적인 토론이 활발하기를 기대한다. 좁은 반도에서 일어난 일에 집착하지 말고 문화, 정치, 종교, 군사, 무역, 기술 모든 영역에서 국가를 넘어 토론되기를 희망한다. 역사가 진보도 하지만 반복되는 면도 많으므로 그 원리를 찾아서 인간의 본성과 사물의 본질을 깨달아가기를 희망한다.

필자는 역사공부에 국사와 세계사를 나누어 가르치는 것에 불만이다. 사람은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는데 고유한 문화만을 솎아내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숲이 없는 나무나 나무 없는 숲이 어찌 자연스러울까? 그냥, 지역간, 인종간, 문화간에 역사적인 지분이 교차하여 있다고 생각하면 맞는 것이 아닌가 한다. 송년 모임도 소중하지만 과거를 통한 미래의 창조를 위하여 서점의 역사서 매장을 서성거려 보는 것은 어떨까.

전상귀 법무법인 현재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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