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민식 동강병원 외과 전문의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의심돼 병원을 찾은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겨울이면 무척 괴롭다. 손과 발이 유난히 차가워 만지는 사람마다 깜짝 놀랄 정도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건가 싶다가도 겨울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러던 어느날 예정일을 10일여 앞두고 갑작스럽게 월경이 시작되더니, 이후 반복적으로 생리불순이 지속됐다. 일시적인 일이라 생각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해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이씨에게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갑상선 호르몬 분비 제대로 안되면
몸에 에너지 공급기능 저하로 발병
호르몬 복용하면 충분히 치료 가능
임신 중에도 꾸준한 약 복용이 중요

◇여성발병률 높은 ‘갑상선기능저하증’

나비가 날개를 편 것 같은 모양을 띠고 있는 갑상선은 태아의 성장 및 발육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어른이 된 후에는 체온을 조절해 몸의 기초대사를 유지시켜 주는 우리 몸의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이다.

갑상선은 심장의 수축 및 박동수, 적혈구의 생성에 영향을 미치며 각종 호르몬 및 약물의 전반적인 대사를 돕는다. 뿐만 아니라 골 대사를 자극해 골 형성과 골 흡수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이 갑상선 호르몬이 어떤 이유로 적게 만들어지거나 분비가 제대로 안되면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이 떨어진다. 이른바 갑상선기능저하증이다.

조민식 동강병원 외과 전문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20대에서 5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나며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면서 “체온이 떨어져 추위를 느끼고, 몸의 중심에서 가장 먼 손 끝과 발 끝에서부터 에너지 공급이 줄어들어 손발이 차가워진다”고 설명했다.

◇체중 증가하고 무기력…면역 기능도 떨어져

손발이 차갑고, 추위를 많이 느끼고, 생리불순을 겪는 것 외에도 피로함을 쉽게 느끼거나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했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또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게 되면 목소리도 자주 쉰다. 갑상선이 있는 성대 부위가 부으면 쉰 목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변비나 근육통으로 심하게 고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갑상선 호르몬이 면역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으면 감기에도 자주 걸린다.

조민식 전문의는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의 변화가 생기며, 월경 과다가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배란이 재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는 유산, 사산 또는 미숙아 출산이 증가하는 원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세를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병원에 방문해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병을 앓고 있어도 병인지 모르는게 문제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대부분 병에 대한 초기 인식이 늦어 위험하다.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관련된 여러 증상들은 다른 원인으로도 자주 나타날 뿐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갑상선 호르몬 부족이 천천히 오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한다.

조민식 전문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진단을 받고 나서야 심각함을 깨닫지 이전에 병에 대해 의심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면서 “평소와 달리 쉽게 피로하고, 감기에 자주 걸리고, 몸이 잘 붓는다면, 한번쯤은 갑상선 질환 전문가를 찾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만약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심장질환이나 의식불명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진단은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혈액 내 갑상선호르몬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의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갑상선 스캔과 초음파를 시행해 갑상선 조직이 제대로 형성되었는지, 크기는 어떤지 그리고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확인하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호르몬 약 섭취만으로 치료 가능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치료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호르몬 약을 섭취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며 4~6주 간격으로 혈중 갑상선 농도를 확인하면서 전문의 처방에 맞춰 약을 복용하게 된다.

그 뒤에는 약 3~6개월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갑상선 호르몬 검사를 받으며 호르몬의 변화를 관찰하면 된다.

갑상선 호르몬 약은 환자의 증세와 호전되는 상태, 갑상선 기능 검사 결과, 성장 발달 상태 및 뼈 나이 등에 따라 적절하게 용량을 조절하여 투여해야 한다. 갑상선 호르몬 약은 크기가 작으며, 다른 음식과 같이 복용해도 되지만 콩, 우유나 철분제 등과 같이 섭취하면 흡수에 장애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임신 중에는 갑상선 호르몬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속설이 있다. 하지만 임신을 했더라도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된다.

조민식 전문의는 “임신 첫 3개월 동안 태아는 스스로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없다. 전적으로 엄마의 갑상선 호르몬 상태에 의존한다. 태아에게는 갑상선 호르몬이 대사뿐 아니라 뇌신경과 같은 장기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절대로 임의로 약을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이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날씨가 추워졌다고 해서 집 안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산책을 나가 가벼운 운동이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조민식 동강병원 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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