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서 올해 첫 시도...장애인 10명 수개월간 작업

수백여컷 반복해 작품 완성...21일까지 남구문화원 갤러리

▲ 울산 남구문화원 1층 ‘갤러리 숲’에서 열리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의 사진작품전시회 ‘마음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일반 관람객들이 상상을 초월한 새로운 시도로 촬영한 작품사진들을 감상하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사진전시회를 연다고 했다.

과연 가능할까. 정답은 남구문화원 건물 1층 갤러리 숲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 분위기는 여느 작품전과 다를 바 없다. 인물과 풍경을 담은 70여 점의 사진과 10권의 작품집이 소개되고 있다. 출품작가는 모두 10명. 김복희 김성주 김정애 김종극 박동환 박승현 박정순 서광협 정수야 정재선씨는 모두 시각장애인들이다.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 1급 장애도 있고, 빛의 흐름을 겨우 파악하는 2~3급, 물체의 윤곽만 흐릿하게 파악되는 6급 장애인도 있다.

이들은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관장 김진호)이 올해 처음 시도한 ‘마이 포트폴리오 만들기’프로그램에 참여해 귀로 듣고, 손으로 더듬으며, 마음으로 담아 낸 사진물을 만들어냈다.

전시회 제목은 ‘마음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이다. 사진전을 성사시키기까지 지난 수개월 간 그들이 펼쳐 온 작업들은 한마디로 눈물겹다. 이들은 셔터를 누르기 전 사물의 위치와 느낌을 파악하기 위해 손으로 늘 더듬거렸다.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할 때는 지도강사 최분경씨가 나서서 그들의 손과 발이 돼 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출품작은 수백여 컷을 반복해서 찍은 뒤 겨우 만들어낸 애틋한 결과물이다.

이번 사업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관련사업 기획서를 처음 냈을 때 주변의 공감도는 낮았다. 앞도 못보는 장애인이 어떻게 사진전까지 열 수 있느냐는, 일종의 의문과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사업을 완수했고,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환한 미소로 관람객을 맞으며 안내와 설명까지 도맡고 있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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