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루블화 가치가 폭락을 거듭하자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러시아가 제2의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과 루블화 가치 추락 등 러시아가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진 1998년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국가부도 여파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물러난 점을 들어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이 ‘제2의 옐친’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미국 CNN머니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지금 처한 상황과 파급력, 대응능력이 이전과 큰 차이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하며 “1998년과 같은 공포에 빠지지 마라”고 보도했다.

우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아 고립됨으로써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1998년 러시아 국가부도 사태는 신흥국 금융시장의 위기로 번졌고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인 S&P500 지수가 그 해 7∼10월 20%가량 추락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의 마이클 레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금융불안의 전이 위험성을 매우 낮췄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1998년 국가부도를 교훈 삼아 외화 창고를 채워 위기 대응능력을 높인 점도 이런 견해를 뒷받침한다.

현재 러시아의 외화보유액은 4천160억 달러로 세계 4위 규모다.

당장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외채무 1천250억 달러를 갚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루블화 가치 폭락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웰스파고 어드바이저스의 폴 크리스토퍼 수석 국제전략가는 “외환시장에 국제 유가 추가 하락,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추가 제재와 같은 충격이 발생해도 환율 변동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의 변동폭을 관리한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자율변동 환율제를 운용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 하락의 고통은 러시아가 고스란히 안게 된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국제전략가는 “러시아가 가능한 한 오래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는 투자자에게 러시아에서 탈출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국내 지지 기반 확대를 위해 새로운 군사작전을 벌이면 국제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의 다음 행보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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