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당국 “루블화 동향 예의주시”…통화협정 따른 금융손실 등 전망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사태로 인해 중국 수출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18일 중국 신경보(新京報)와 광주일보(廣州日報)에 따르면 루블화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자 러시아 바이어들이 주문을 연기하거나 대금 지불을 늦추면서 러시아로 상품을 수출하는 중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대형 가전수출기업 러시아시장 담당자는 “거래처가 구체적인 물품 주문기일을 결정하지 못하고 물품 대금 지급도 늦춰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지난주 말 긴급회의를 열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수출 물량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저우의 한 의류기업 사장도 최근 러시아 주문량이 60%가량 줄었다면서 “일부 의류기업은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으나 일부 기업은 수출 상황이 좋지 않아 도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부 수출 기업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외상대금에 대한 보험을 들고 러시아 기업의 송금 상황을 주시하면서 물품 배송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러시아를 주요 수출기지로 삼는 ‘지리’(吉利)를 비롯한 중국의 고유 브랜드 자동차기업들이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환차손을 입으면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루블화 폭락 사태로 대규모 이익을 기대하는 기업들도 있다.

중국석유화공(中國石化), 중국석유천연가스(中國石油), 중국해양석유(中國海油) 등 3대 석유기업은 원유 수입 원가가 낮아지면서 커다란 혜택을 보고 있다.

중국석유화공은 러시아에서 연간 4천600여 만t의 원유를 수입하는데다 최근 러시아와 2천700억 달러의 천연가스 공급협정을 체결해 최대의 수혜기업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은 루블화 폭락사태가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러시아동유럽중앙아시아연구소 러시아경제실의 청이쥔(程亦軍) 주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중러 양국은 화폐교환협정을 맺고 있어 중국이 일정한 금융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양국은 주로 상호투자 방식으로 경제협력을 진행하고 있어 러시아의 경제상황 악화는 러시아의 대중 투자규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양국간 경제협력과 중국의 대러 수출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러 간의 상호 경제투자는 루블화가 아닌 달러화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의 경제협력사업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청 주임은 일각에서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이 러시아에 제공한 대규모 차관 등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러시아의 채무상환 능력은 비교적 좋다”며 “채무 불이행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은 비교적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이날 언론설명회를 열고 루블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윈구이(王允貴) 외환관리국 종합사(司·국)장은 “중국 경제가 기본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루블화 환율 급변이 중국의 외환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며 “환율 추이를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관리국은 아울러 기업이나 기관들이 러시아와의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루블화 추가 급락 위험에 대한 예방 조치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전했다.

앞서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7일 사설에서 중러 간 전략적 협력관계는 양국의 이익이 서로 맞물려 탄생한 상호의존 관계라며 “중국은 러시아의 몰락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부에 대러 지원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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