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 복지로 효율적 예산활용 가능
내년부터 초등 6학년만 무상급식

▲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구청장’이라고 하니 바깥일로 많이 바쁠 것이라고 여기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나도 ‘딸 바보’ 아빠다. 외동딸에게 좋은 교육여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초등학교 운영위원을 맡은 것이 내 사회생활의 첫 시작이었다. 학교운영위원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거쳐 구청장이 되었으니, 딸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된 지역사회에 대한 사랑이 지금의 나를 만든 셈이다.

자식사랑에서는 남 못잖은 가정적인 아버지라고 자부했는데 요즘은 졸지에 아이들의 밥그릇을 뺏은 듯이 오해받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런 오해는 2015년도 우리 동구의 친환경 급식 및 무상급식, 교육경비 지원사업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에게 주어지던 무상급식이 2015년부터는 6학년에게만 지원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무상급식을 줄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빚어진 일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친환경 급식 대상이 늘어나며 다양한 학교지원 사업이 새롭게 실시되는 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부분이 있다.

동구는 2015년 지역 전체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급식을 확대 시행한다. 친환경 급식은 말 그대로 건강한 친환경 농수축산물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초등학교 16개교와 중학교 7개교, 고등학교 1개교만 친환경 급식을 실시했으나 내년부터는 친환경 급식이 이뤄지는 고등학교가 9개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동구지역 전체 초중고등학교가 내년부터 친환경 급식을 하게 된다.

또 학교 냉난방비 지원비를 신설하고, 학교 시설 리모델링이나 예체능·인성·진로지원·학력향상 프로그램 등에 지원하는 학교 경비지원사업의 예산도 증액된다. 무상급식 대상이 5, 6학년에서 6학년으로 축소되면서 무상급식 예산은 4억5000만원이 줄어들지만 친환경급식 지원 학교가 24개교에서 32개교로 늘어나면서 친환경 급식예산은 지금보다 1억5000만원 증액됐다. 학교 교육경비 지원사업 예산도 내년에는 2억원 더 늘어나 총 7억원이 지원된다. 신규사업으로 추진되는 초중고등학교 냉난방비 지원사업에는 1억9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렇게만 따져 보아도 무상급식으로 줄어든 금액보다 더 많은 예산이 친환경급식 확대, 학교 교육경비 지원사업 확대, 냉난방비 지원사업 신규 추진 등 우리 아이들의 교육여건을 개선하는데 고스란히 충당되는 셈이다. 이밖에도 청소년 창의학습진로지원센터 운영과 영어광장 등 다양한 교육지원 사업이 추진된다.

이와 함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은 한명도 빠지지 않고 저소득층 지원예산을 통해 무상급식이 지원된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이번 무상급식 지원대상 축소와 상관없이 급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구청이 계속 지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렇게 되면 굳이 무상급식이 필요 없는 계층에 쓰였던 무상급식 예산이 학교교육 시설 개선이나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예체능 문화 인성 프로그램 등과 같은 좀더 효율적인 곳에 쓰이는 셈이다.

지난달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울산 동구의 무상급식 축소 방침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한쪽에선 무상급식 축소를 반대하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소신 있는 결단이라며 열성적으로 지지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이후 적지 않은 자치단체장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무상급식 중단에 동참하고, 어려운 학생들만 골라 급식비를 지원하는 울산의 선별적 복지가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것을 보면서 우리 동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7월초 동구청장에 취임한 이후 동구의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취임 후 교육지원계를 마련했으며, 새해부터는 교육지원과를 신설해 동구 교육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다. 무상급식의 혜택을 기대하셨던 학부모들께는 넓은 아량으로 이해를 부탁드린다. 그 대신 여러분의 자녀가 동구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다양한 예체능·인성·학력향상 프로그램을 즐기며 친환경 식품으로 건강한 급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한정된 구 예산을 어떻게 쓰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신중한 고민과 함께 진정한 동구의 교육발전을 위한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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