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이 한마디 말로 요즘의 날씨를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 하다. 그나마 새벽기도때 맛보는 선선한 바람마저 없다면 하루를 살아가는 여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휴가를 조금 늦추었다 가는 건데"하는 애들 같은 마음을 가져 보기도 한다.  얼마전 휴가 기간 동안 2박 3일로 지리산 등반을 하였다. 백무동의 한신 계곡을 따라 오르는 동안 흐르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송골송골 맺혀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 내면서 오랜만에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산행하는 동안 유달리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눈에 자주 들어왔다. 아마 얼마 전에 왔던 태풍의 영향이었던 것 같다. 여기 저기 넘어져 있는 나무를 보며 그냥 지나가려니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렇다고 다시 세워 놓고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바람에 쓰러진 나무들을 보면서 한가지 공통된 이유를 발견하였다. 하나같이 뿌리에만 간신히 흙을 붙이고서 돌이나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려고 그렇게 애쓰고 지냈던 것이다.  그런 상태로 제자리를 잡아 백년, 이 백년 고목으로 성장하기에는 불가능하게 보였다. 저 소나무는 하필 바위에다가 뿌리를 박으려고 했을까? 저것도 저 소나무의 인연의 소치였을까? 안됐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 땅의 흙이 그렇게 소중한 것이었구나 하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돌아본다.  흙에 충분히 뿌리박지 못하니까 바람에 나무가 쓰러져 결국은 살아가는 모습을 바꾸고 말라죽는 것이구나! 나무에게 있어 흙은 없어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구나! 어디 흙뿐이겠는가. 물과 바람 과 햇볕이 없이 나무가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쓰러진 나무를 보고 있자니 그렇게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나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나무 뿌리가 제 혼자 살아갈 수 없듯이 이 육신과 마음도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를 이렇게 까지 살려주고 보호하며 이끌어 주신 우주 만물의 모든 부처님에게 감사를 드려 본다. 나무 뿌리가 땅을 만나서 뿌리를 내리는 그 든든한 심경을 간직하면서"  요즘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선풍기다. 비록 소리나고 정지는 안되고 회전만 되더라도 이 더위를 조금이라도 덜 느끼게 하는 선풍기가 고맙다. 내려쬐는 강렬한 햇볕과 무더위가 없다면 어떻게 곡식의 낱알이 튼실하게 채워지고 과실이 알맞게 익을 수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 더위가 또 고맙게 생각된다. 열받아 짜증나고뭔가 못마땅하게 보이는 것이 많을 때다.  휴가 때의 그 한가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일상의 생활을 기운차게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 모든 경계가 다 나를 살려주고 키워 주고 보호하여 주시는 은혜로운 부처님이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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