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목표 이루기 위한 팀워크 필수
상황에 따라 유연성 발휘하는 파격에
냉철한 판단으로 욕심 버리는 지혜도

▲ 이일우 유시스 대표이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完生)으로 나아간다는 거다. 우린 아직 다 미생(未生)이다!” 최근 화제가 된 ‘미생’이라는 드라마의 대사 한 구절이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직장내 성희롱, 부정부패 등의 사회문제를 리얼하게 표현하면서도 그 틈바구니에서 버텨나가는 불안한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어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같다. 어렵고 불안한 ‘미생(未生)’의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보여준 귀감이 되는 덕목을 통해 슬기로운 조직생활의 해법을 엿볼 수 있었다.

첫째, 팀워크(Teamwork),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협력 또는 협동심이다. 극중에서는 소수의 팀이지만 팀장, 중간관리자, 사원이 똘똘 뭉쳐 시너지를 발휘한다. 업무 때는 물론이고 퇴근길 소탈한 회식자리에서도 그들의 팀워크는 여지없이 발휘된다. ‘나도 저런 팀에서 일해 봤으면…’하는 부러움을 갖기도 했다.

기업을 비롯한 조직사회에서의 팀워크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구성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뿐만 아니라 그 조직의 존폐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축구감독은 선수들에게 ‘공보다 사람이 빠를 수 없기 때문에 패스가 필요하고 팀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유니폼의 앞에 쓰인 글(팀명)이 등에 쓰인 글(이름)보다 항상 중요하다’라고 팀워크의 중요성을 표현하였다.

훌륭한 팀워크는 우리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주고 나를 완벽에 가까울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런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는 희생과 배려의 자세가 요구된다. 동료의 업무나 상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하며 그 관심이 만들어주는 적절한 타이밍에 센스 있는 행동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좋은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둘째, 파격(破格), 일정한 격식을 깨뜨림이다. 극중에서 바둑을 공부한 주인공은 ‘판을 흔든다’라고 표현했다. 기존의 규칙과 사례는 학습해야 되지만 너무 그것에만 집착하고 얽매이게 되면 새로운 시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시대에 뒤처지는 과오를 범할 수도 있다. 특히 시대가 급변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지금의 시대에서는 어떤 일을 처리함에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할 때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틀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은 무분별한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하되 상황에 따라 유연성 있게 격식을 변형하거나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셋째, 봉위수기(逢危須棄), 위기에 처한 경우 불필요한 것을 버려라. ‘무책임해지세요.’ 주위를 지나치게 배려하여 스스로를 곤경에 빠뜨릴 위기에 처한 상관에게 주인공이 건네는 메시지다.

8세기 중엽 당나라 현종이 왕과 대적하여 바둑을 두는 기대조(棋待詔)라는 벼슬을 만들었고 그 자리에 오른 왕적신(王積薪)이 지은 위기십결(圍棋十訣)은 단순히 바둑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으로 삼을 만한 10가지 격언을 담고 있다. 이중 봉위수기(逢危須棄)는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냉철한 판단력을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필자 역시 돌아보면 지나친 자신감이나 많은 욕심으로 일을 그르친 적이 종종 있었다. 경기가 불투명하고 상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냉철한 판단으로 불필요한 욕심을 버리는 봉위수기(逢危須棄)의 자세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미생(未生)’은 바꿔 생각하면 완전히 죽은 사석(死石)과는 달리 살아날 여지가 있어 완생(完生)의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간절곶 바다 위로 을미년 태양이 올랐다. 아직 모두 미생이지만 하루하루를 가치 있게 투자해서 완생에 가까워지는 힘찬 한해를 쌓아올리길 희망한다.

이일우 유시스 대표이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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