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민 중구청장

인류를 가리켜 흔히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의 ‘호모사피엔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생각, 즉 본능이 아닌 이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인류를 지칭하는 말은 더욱 다양해졌고, 최근에는 놀이하는 인간 ‘호모루덴스’가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하위징아가 제창한 개념으로, 인류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놀이문화를 꼽았다. 놀이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활동으로, 문화는 놀이에서 파생됐다는 견해다.

한민족은 전형적인 호모루덴스다. 놀이가 삶이고, 삶이 곧 놀이였다. 삼한시대 하늘에 제를 지내는 제천행사를 비롯해, 노동, 여가, 신앙 등 반만년 한민족의 삶 곳곳에는 늘 놀이가 함께했다. 심지어 나라의 존망이 걸린 위급한 상황에서 놀이는 한민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을 지휘하던 이순신 장군은 적은 병력을 만회하기 위해 부녀자들을 시켜 ‘강강술래’를 추게 했다.

울산에도 300년 전통놀이 마두희가 있다. 조선시대 큰 줄다리기 놀이인 마두희는 울산의 기운이 바다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줄을 걸어 다시 가져오는 의미로, 지역민이 모여 편을 갈라 줄을 당기며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다졌다.

울산의 종갓집 중구는 ‘사람중심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유무형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중이다. 도시의 발전전략으로 문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원도심에는 문화의거리를 조성해 갤러리와 소극장 등을 유치하는 한편 주말이면 신나고 흥겨운 거리공연으로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또 2017년까지 인근에 울산시립미술관이 건립되면 명실상부 울산을 대표하는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문화의거리가 될 것이다. 지난해에는 24만 구민의 숙원사업인 전국 최고의 전문음악당 ‘중구 문화의전당’을 개관해 클래식과 재즈, 오페라 등 모든 예술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특히 혁신도시가 들어오면서 기존 원도심과의 조화를 위해 첨단과 전통이 공존하는 도시의 특성을 살린 차별화로 동반성장을 이룰 것이다.

중구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도시재생이다. 급격한 산업화로 자고 나면 새 건물이 생길 정도로 그동안의 개발정책은 과거를 지우기에 바빴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도시형태가 비슷한 이유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과거처럼 건물을 지었다 부수는 재개발·재건축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며 생명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중구는 별별 맛과 멋을 지닌 호모루덴스의 오감만족 놀이터가 될 것을 확신한다.

을미년 새해가 밝았지만 나라 안팎의 사정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우리나라 산업수도인 울산도 조선과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어느해보다 힘든 고난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온통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데 혈안이 된지 오래다.

중구는 이번 정부보다 앞서 일찍이 문화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문화도시를 향해 전력질주중이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잘 복원하고 새롭게 만들어 간다면 울산의 경쟁력 향상에도 중구가 단단히 한 몫을 할 것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해방된 조국의 혼돈속에서 새나라 건설의 희망을 잃지 않은 민족의 선각자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을 곱씹으며 다시금 신발끈을 조여맨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박성민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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