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울산앞바다서 천연가스 생산
우리나라도 당당히 산유국 대열 합류
석유공사 지금도 가스전 개발에 도전

▲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최근 저유가와 관련된 매스컴 소식을 접하다 보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세계 석유 수입 5위, 무자원국이라는 수식어를 인용하며, 나락으로 치닫고 있는 국제유가가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분석의 정확성은 차치하고 한국의 국영석유기업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수식어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고정관념으로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은 이제 삼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10여년전부터 공식적으로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2004년, 세계 95번째로 당당히 산유국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1998년 순수 우리 자본과 기술력으로 울산 남동쪽 58km 지점의 고래 Ⅴ 구조에서 양질의 천연가스층을 발견했고, 2004년 국내 최초로 천연가스를 생산 개시하면서 산유국 반열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역사적 사실을 늘 기억하고, 당당하게 ‘대한민국은 산유국’이라는 표현을 자주 활용해줬으면 한다.

대한민국을 산유국으로 만들어 준 울산. 1979년 창립한 한국석유공사는 2014년 12월, 울산 중구 우정혁신도시로 본사 신사옥을 이전했다. 울산은 공사 창립 이래 20여년 만에 석유자원 자주개발이라는 꿈을 실현시켜 준 곳이고, 공사 석유비축사업의 1호 기지가 세워진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울산 앞바다에 위치하며, 작년 생산 10주년을 맞기도 한 ‘동해-1 가스전’은 대한민국, 그리고 울산 시민의 큰 자부심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동해-1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와 초경질원유는 가스공급배관을 통해 울산시와 경남지역의 일반 가정, 산업체, 발전소로 공급되고 있고,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2조2000억원에 달하며, 3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 및 2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바도 크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건설한 동해-1 가스전은 엔지니어링 및 중공업 등 대한민국의 관련 산업 및 기술 발전 역사의 초석이 되었다.

공사 창립 멤버로서, 동해-1 가스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30만㎢의 드넓은 대륙붕을 가진 우리나라이지만, 공사가 대륙붕 탐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도 석유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공사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외국의 유수 석유회사인 쉘(Shell)마저 여러 차례 탐사를 시도했지만, 그들이 모두 실패하고 우리나라를 떠났기 때문이다. 공사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1996년부터 자체 기술진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광역적인 주변 지질자료를 종합 분석했고, 방대한 물리탐사 자료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안 된다’고 할 때 공사는 ‘된다’고 믿었고, 그냥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바꾼 공사의 열정적인 도전정신이 지금의 동해-1 가스전을 만든 것이다. 1998년 당시 천연가스층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순간, 온몸에 전율이 왔던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듯 공사 석유개발 역사의 뿌리가 있는 울산에서, 한국석유공사는 동해-2 가스전 개발을 진행하며 또 다시 도전하고 있다. 기존 동해-1 가스전에서 남서쪽 5.4km 지점에 있는 동해-2 가스전은, 천연가스가 하루 14만 가구, 초경질원유가 하루 자동차 3000대를 운행할 수 있는 부존 생산량이 확인된 바 있으며 2016년 7월 생산개시를 목표로 생산시설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 석유개발의 오딧세이. 울산에서 출발한 그 성공의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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