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m 아래 아찔한 ‘옹벽의 강’

2011년부터 300억원 투입 두왕로~울산항 6.5㎞
산책로·생태습지·경관교량 등 고향의 강 조성
홍수위로 옹벽 높아져 주위와 단절 취지 무색
 

▲ 22일 울산시 남구 여천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 공사현장에 4~5m 높이의 옹벽과 함께 난간까지 설치된 모습을 보여 주택가 및 상가와 단절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울산 남구 ‘여천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 오는 4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총 사업비 300억원을 들여 두왕로~울산항에 이르는 6.5㎞ 구간에 산책로와 생태습지, 경관교량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정비사업의 핵심은 상류 여천천 시작 지점과 제2소정교 사이 650m의 복개구간을 철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준공 3개월을 앞두고 찾은 개복구간은 높은 옹벽과 주변 상가 앞 도로변의 야외주차장으로 인해 ‘고향의 강’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삭막했다. 보행자 중심의 환경과 문화는 도심하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상)‘절벽’같은 옹벽에 접근조차 어렵다 (중)주차장으로 전락한 친수공간 (하)악취해소 및 과제 등을 통해 여천천 고향의 강 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여천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의 핵심인 개복구간에 5m짜리 옹벽이 ‘절벽’처럼 만들어지면서 삭막한데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2일 남구 공업탑로터리 뒷편 공사현장. 희락복국 인근의 교량을 지나가던 A씨는 발 아래의 공사현장을 보기 위해 고개를 내밀었다. 성인 가슴 높이의 난간에 기대 아래를 내려다보니 공사장 인부의 모습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깊었다. 하천 양 옆으로는 높이 5m의 거대한 옹벽이 생겨났다. 콘크리트로 만든 뒤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A씨는 “고향의 강이 아니라 옹벽의 강같아 삭막하다”고 말했다.

남구청이 실시하는 여천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은 지난 2013년 1월에 착공돼 오는 4월 완공된다. 정비사업은 크게 상류부(두왕로~제2소정교)와 중류부(제2소정교~여천교), 하류부(여천교~한비교)로 나눠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상류부는 개복해야할 지역으로 1~3구간으로 나뉜다.

현재 1구간은 개복이 완료됐고, 2~3구간은 작업이 진행중이다. 1구간은 5m의 옹벽이, 2~3구간은 이보다 60㎝ 낮은 4m40㎝의 옹벽이 들어선다. 이 옹벽은 상류구간 650m의 양옆으로 계속 이어진다. 즉 상가와 주택, 도로보다 하천 산책로가 5m가량 푹 꺼져있다. 하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주변지역은 보기 어렵고 옹벽과 하늘만 보이는 구조다. 사실상 하천 인근 지역과 산책로가 분리된 모양새다.

울산대 건축대학 신재억 교수는 “고향의 강이고 생태하천인데 옹벽이 높다보니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생태하천이라는 취지에도 어울리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남구청은 옹벽이 높아진 이유가 지난 2012년 하천정비기본계획이 바뀌면서 ‘계획홍수위’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방하천의 경우 홍수빈도가 최대 50년인데, 이것이 100년으로 강화되면서 옹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옹벽이 높아졌지만 하천 산책로와 윗 부분(상가·주택·도로 등)을 연결하는 진입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상류부 구간에 총 4곳의 진입로가 만들어지는데, 1구간에 1곳, 2구간에 2곳, 3구간에 1곳 등이다. 진입로의 형태를 보면, 1구간과 2구간의 사이인 소정교 쪽에만 완만한 형태의 경사로가 만들어진다. 나머지 3곳은 계단이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주민, 아이들, 노인 등이 자유롭게 왔다가 나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 사업 감리 관계자는 “상류부가 650m이기 때문에 진입로 4곳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하천 폭이 13m로 도심 하천으로는 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옹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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