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지역서 싸고 풍부한 전기 공급
슈퍼컴퓨터로 빅데이터 센터 운영
산업수도 울산이 인프라 제공 적지

▲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울산을 먹여살릴 신 성장동력으로 게놈(Genome) 기반 헬스케어산업이 최적이다. 게놈산업은 친환경적, 노동집약적이며, 고급 인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의 양과 질이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미국, 영국등 선진국은 이 분야를 국가적으로 밀고 있다.

한국에선 울산에 대구, 부산을 아우르는 게놈기반 첨단 융합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추진해 향후 20년, 울산을 아시아의 바이오 의료 메카로 만들 수가 있다. 그 이유는, 원자력에너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의 딱 중간에 위치해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가 있고, 싸고 풍부한 전기를 공급받아 막대한 슈퍼컴퓨터 시설을 갖추고 빅데이터 센터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놈기반 헬스케어의 핵심이 엄청난 양의 컴퓨터를 이용해 생명의 저장장치인 게놈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놈정보를 빠르고 싸게만 분석할 수 있으면 그 것을 기반으로 한 의료, 농업, 건강, 식품산업에 필수적인 콘텐츠를 세계적으로 경쟁력있게 생산할 수 있고, 이 것은 다시 첨단 의료장비, 실험장비 등을 제조하고 수출하는데 직결될 수가 있다. 즉 IT 산업과, 생명의료, 의료진단장비의 융합산업의 참 좋은 형태인 것이다. 특히 울산과기대가 설립되면서 이런 선진형 비전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게놈이란 유전체라고도 하는 것으로, 인간, 동식물, 미생물의 운명을 결정하는 거대한 분자다. 그렇다 보니 바이오와 의료 산업의 가장 중요한 기초 소재이며, 모든 생명체의 근본이 되는 유전정보를 보관하는 덩어리이다. 이 게놈을 구성하는 화학 물질은 보통 DNA인데, 그것은 A, T, C, G의 네 개의 기호로 표시된다. 이 네 개의 신호들이 30억개 모이면 인간이 어떻게 생기고, 살고, 병들고 하는지를 결정할 수가 있다. 이 DNA에 고장이 나면 암같은 병이 생기고, 일찍 죽게 된다. 현대판 사주팔자라고 할수 있어서 게놈을 잘 타고 나면 건강하게 오래살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수십년동안 생명과학자들이 이 게놈을 완전히 읽어들여 정확한 표를 만들고, 생로병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려고 엄청난 돈을 퍼부었는데, 그런 최초의 인간 ‘게놈지도’를 2001년에 완성을 했다. 그 다음에 그 방대한 유전정보를 이용해서 암도 고치고, 치매도 고치고, 농작물도 몇 배나 많이 생산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게놈 한 개를 완전히 읽는데 무려 3조원이라는 돈이 들어 간 것이다. 그러니 아무나 하지 못하고 소규모로만 사람이나 동식물의 것을 읽어보고, 유전자가 어떻게 고장이 나는지를 연구를 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최근에 획기적인 기술혁신이 일어났다. 1000만원만 들이면 인간게놈 전체를 다 읽을수 있는 자동화된 게놈 해독기가 등장한 것이다. 이젠 세계적으로 학자들 뿐만 아니라 회사와 기업가들도 이 게놈기반 응용산업에 열광을 한다. 암치료에 게놈 정보를 활용해서 족집게처럼 게놈의 어디가 망가져서 암이 걸리게 되었는지를 밝혀 치료하겠다고 나선 회사도 있다. 최근에는 게놈의 A, T, C, G의 서열을 정확히 읽은 것 뿐만 아니라 아예 게놈정보를 원하는데로 가위질 할수 있는 기술까지 급격하게 개발이 되었다. 우리가 원하면,늙은 사람의 게놈을 젊은 사람의 게놈으로 수정해서 노화도 멈출수 있고, 질병도 근원적으로 유전자를 아예 바꿔서 치료할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미국 샌디에이고에서는 수백억의 투자를 받아서 게놈기술을 이용, 노화를 멈추겠다는 회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 2013년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게놈해독기기를 만들어 파는 일루미나라는 회사가 선정이 되기도 했다. 이같은 생명의료 융합산업은 결국 첨단연구중심대학, 첨단 벤처, 박사급 인력들이 모여 많은 에너지를 써서 게놈정보를 지식 상품화 하여야 하는데, 산업수도인 울산이 그런 거대한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적지가 아닌가 싶다.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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