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억 들여 수질개선…투박한 경관 숙제로

10년넘게 꾸준히 노력해...악취 문제는 일단 해결

도심 복개천 복원인만큼...하천 경관도 차별화하길

▲ 울산 남구청이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하면서 수질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힌 여천천 상류부에서는 아직까지 미관상 보기에 좋지 않은 탁한 수질이 나타나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울산 남구 여천천의 상류구간은 썩고 곪았던 복개구간을 덜어낸 것에 의의가 있지만, ‘복원’이라는 토목적인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도시하천의 디자인이나 접근성면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생활하수가 흘러들고 오니가 쌓여 악취를 풍겼던 강이 깨끗해지고 이를 위해 지속적인 사업을 벌여온만큼, 이제는 여천천만의 차별화된 하천경관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다.

◇지속적인 수질개선…악취문제 해소

27일 남구청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총 114억원을 들여 여천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 진행됐다. 2003~2006년 13억원을 들여 오염물질을 준설했고, 2004~2006년에는 40억원으로 태화강 유지수를 확보해 여천천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2007~2008년에는 42억원을 투입해 수질정화시설을 설치했고, 현재 여천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18억원)으로 오염원 차단사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항만공사와 협의해 하류에 30여년 동안 쌓인 침사지도 준설할 계획이다.

지난 26일 오후 남구 여천천 시작지점인 두왕로에서부터 여천교까지 산책로를 따라 1시간20여분 가량 걸어본 결과 악취는 거의 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사업이 진행중인 여천천 공영주차장 일대 상류구간과 야음성당 앞 침사지 부근, 삼산자동차학원 앞쪽을 지날 때 약간의 하수구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야음성당 앞 침사지는 깊이 1.5m로 오염물질이 여천천 하류로 흘러가지 않도록 저장해두는 공간이어서 어느정도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고 남구청은 설명했다. 여름철이 되면 악취문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악취에 대한 우려는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남구청 관계자는 “도로 등에 있던 오염물질이 여천천 상류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는데 현재 중점을 두고 있으며, 고향의 강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여천천 전구간이 BOD기준 1~2급수 수질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자연습지가 생성돼 강물이 스스로 정화되면 좋겠지만, 이는 어려운 부분으로 앞으로 연구를 해봐야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차별화된 경관 만들어야

정부의 ‘고향의 강 조성사업’ 목표는 홍수에 안전하면서 문화·생태가 살아있는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수질개선 및 홍수방지를 위한 퇴적토를 준설하고 콘크리트 시설물을 친자연형 시설로 교체하는 한편 산책로·자전거길·수변광장 등 친수시설을 설치하고 옛모습을 되찾기 위한 하천물길을 복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여천천 고향의 강 조성사업은 상류구간 도심지역의 복개된 곳을 개복하는 것이 핵심으로 콘크리트 시공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300억원의 예산 대부분도 상류구간 개복에 사용됐다. 호안 등을 만들 수 없는 하천설계의 공간적 한계가 있었지만, 지역주민들이 친근하게 접근해야 하는 도시하천에 치수(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음) 등 토목기능만 부각됐다는 지적도 있다.

여천천살리기시민모임 관계자는 “콘크리트 시공은 어쩔 수 없지만, 옹벽 외벽 등에 디자인적인 부분을 보완해 시민들이 하천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여천천은 태화강 하류에서 물을 끌어올려 일일 5만t 가량 방류되기 때문에 염분이 있어 수생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다. 남구청은 당초 계획이었던 옹벽 벽면에 덩굴식물류를 심어보려고 했지만, 상류구간이라 유속이 빠르고 염분 등으로 인해 식재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울산발전연구원 권창기 실장은 “도심의 중심부에 복개된 하천을 개복해 물을 다시 흘려보내는 여천천 고향의 강 사업과 같은 공사는 전국적으로 흔하지 않은 사례”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천천 상류구간(공업탑 인근)을 특화시킬 수 있는 하천디자인이 마련되고 주변 상가와도 대안 등을 찾을 수 있는 지역사회 차원의 논의가 이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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