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마케팅비 증가…수혜없어” vs 시민단체 “수익구조 고착·공고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첫 분기인 작년 4분기 이동통신 3사의 실적이 발표됨에 따라 이통사가 단통법으로 수혜를 봤는지를 둘러싼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이통사들은 “시장에서 예상한 단통법 수혜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시민단체와 일반 소비자들은 “이통사의 공고한 수익 구조가 더욱 강화됐다”며 사실상 단통법의 승자는 이통사라고 반박한다.

이통 3사는 작년 4분기 단통법에 의한 시장 침체로 매출이 준 것은 물론 마케팅 비용이나 가입자당 모집 수수료 등의 증가로 수익성은 악화됐다고 설명한다.

작년 4분기 이통 3사의 무선부문 매출 규모를 보면 SK텔레콤은 2조8천50억원으로 전분기(2조8천140억원) 대비 0.3% 줄었고, KT도 1조9천127억원에서 1조8천200억원으로 4.8% 감소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유일하게 1조2천969억원에서 1조3천909억원으로 7.2% 증가했지만 접속수익 정산분, 기존 가입자의 콘텐츠 수익 등을 제외한 신규 가입자 유치에 따른 매출 상승분은 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지원금을 포함한 마케팅비 규모가 일각의 예상과 달리 늘었다는 점도 단통법 수혜를 부정하는 근거로 들었다.

SK텔레콤은 4분기 8천160억원의 마케팅비를 써 전분기 대비 1.9% 줄었지만 1인당 기기변경 지원금과 가입자당 모집 수수료(평균 25만원)은 21.5%, 13% 각각 상승해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이 기간 KT의 마케팅비는 7천416억원으로 9.6% 늘었고, LG유플러스 역시 5천182억원으로 8.6%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말기 지원금이 고가 요금제에 집중됐다면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중·저가 요금제도 일정 금액의 지원금 혜택을 받으면서 전체적으로 ’지원금 스프레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매출은 줄고 마케팅 비용은 늘었기 때문에 단통법이 이통사의 배를 불렸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판단은 다르다. 이들은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지속 상승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 주목한다.

ARPU는 이통사의 수익률을 가늠하는 지표다.

4분기 SK텔레콤의 무선서비스 ARPU는 3만6천417원으로 전분기 대비 0.7% 상승했고 KT(3만5천283원)와 LG유플러스(3만7천448원)도 각각 1.3%, 3.6% 늘었다.

이는 주로 3G 가입자의 LTE 전환에 따른 것인데, LTE로 전환하면서 더 비싼 요금제로 갈아탔다는 의미도 된다.

단통법 시행으로 고가 요금제 가입이 줄고 중저가 요금제 이용이 늘었다는 정부의 설명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통사들이 3G보다는 LTE 쪽에 혜택을 집중하면서 3G 이용자의 LTE 전환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실제 SK텔레콤 전체 고객 가운데 LTE 가입자 비중은 2013년 49.3%에서 작년에는 58.5%로 뛰었고, KT도 47.9%에서 62.4%로 수직상승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통사의 ARPU를 보면 단통법이 이통사가 계속 앉아서 돈을 버는 고착화된 수익 구조를 오히려 강화한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향후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쪽에서 가계통신비 인하를 거세게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단통법 시행 후 한 분기 실적을 놓고 단통법 효과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올해 1·2분기까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의 작년 실적 수치를 보면 판단 기준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며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단통법 수혜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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