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차에 얽힌 추억들, 예술작품으로 승화
오는 17일까지 개최

▲ 지난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현대차,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전시를 찾은 관람객이 사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캠페인을 통해 선정된 총 61명의 사연들로 만들어진 예술품 및 사진 작품들을 한 곳에 전시한 것으로 2월17일까지 진행된다. 연합뉴스

등하굣길 아이들을 싣고 나른 특수학교 통학버스, 아버지가 농삿일을 할 때마다 함께한 트럭, 젊은 시절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던 자동차….

오랜 시간을 함께 했지만 폐차 직전의 고물이 된 자동차들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된 전시가 열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진행하는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전 이야기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 전시는 설 연휴 이전인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최근 공격적인 아트마케팅을 시작한 현대차는 지난 해 서울 한복판에 새로 만든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영국 작가그룹 UVA의 설치작품을 선보인 데 이어 두번째 기획전으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어느 작품 앞에는 ‘나는 울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단 한 분과 함께 12년 동안 32만3562㎞를 달렸습니다. 일요일도 쉬지 않았고, 힘들어도 말썽 한번 부리지 않았습니다.’는 설명문이 붙어있다. 택배기사 K씨가 지난 12년 간 몰았던 픽업트럭 ‘흰둥이’의 이야기다. 이를 가져와 예술작품으로 바꿔 준 사람은 이용백 작가다. 낡은 포터를 분해한 뒤 석고 캐스팅 작업으로 ‘포터를 위한 기념비’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밖에도 이민을 준비하는 N씨의 차량 운전석은 여행가방으로 거듭났다. 또 30년 간 K씨와 함께 해 온 택시의 뒷좌석은 소파 모양의 작품으로 바뀌었다.

전시장을 메운 작품은 이처럼 모두 폐차 직전의 상황이거나 중고차 판매처로 넘겨지던 차량이었다. 모두 14대의 자동차가 선정됐고, 김병호 김종구 김진우 박선기 박진우 신유라 양민하 양수인 우주+림희영 이용백 한진수 칸 이광호 에브리웨어 등 작가(팀)들이 참여해 자동차를 설치, 회화, 가방, 소파, 미디어 등의 형태로 탈바꿈시켰다. 벽면에 전시된 사진작품까지 합치면 각 자동차의 사연은 모두 61대로 늘어난다.

현대자동차 소속 이대형(전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예술감독) 아트디렉터는 “문화 및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전시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라면서 “인간, 역사, 재생, 협업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고 단순 미학을 넘어 기업의 윤리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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