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산 "맨발 등산로"를 걷다 보면 군데군데 시를 적은 포맥스판이 서있다. 울산 시인을 포함한 유명 시인들의 시를 감상하며 시민들은 잠시 그 앞에서 땀을 식히기도한다. 문단말석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아는 문인의 이름을 만나면 반갑기만 하다. 어쩌면 저렇게 좋은 작품으로 세상 사람들과 두루 만날까? 작가 대신 내가 뿌듯해지는 느낌이다.  중학교 교과서에 시가 실리게 되었다는 J시인도 자랑스럽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동화가 실린 M작가도 자랑스럽다. 문학적인 성취도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틀리겠지만, 그분들의 특출한 재능 덕분에 울산 작가들의 명예가 덩달아 빛나는 것 같아 기쁘다. 문화의 중앙집중화로 지방작가가 홀대받는 시대지만, 자신의 노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빛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는 단지 문학뿐만이 아니라 미술, 음악등 모든 예술 분야가 똑 같은 경우라고 생각된다. 물론 지방작가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중앙 작가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런데, 말이 좋아 작가지 사실 전문인 집단에서만 서로 알뿐 일반인들은 모르는 작가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창작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며, 인구에 회자되는 작가 또한 얼마나 되겠는가? 그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이라고 서로 알아보고 웃고, 위안 삼으며 지내면 그 뿐이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창작에 대한 열정과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열심히 작품에 매진하는 것- 작가에게 그 이상 더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인간성이 어떻고 처신이 어떻고 사생활이 어떻고 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아무나 문학 하나?" "아무나 그림 하나?" 하는식으로 얘기하면서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작가들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싶다. 정신수양이 잘된 사람이라면 종교인이나 철학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신세계가 높기로는 들판에서 일하는 농부가 오히려 나을 것이다. 문화예술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있는 건지는 몰라도 "인간"이 된 이후 접해야 할 장르라면 너무 부담스럽다. 과연 이 세상에서 "인간"이 된 이후 가 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스럽다. 학력과 인격이 정비례하지 않는 것처럼 작가의 작품과 인성은 전혀 별개인 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사람들처럼 작가들도 똑같이 밥 먹고, 똥 싸고, 남의 흉도 보고, 싸우기도 한다. 전문집단 내에서의 이전투구는 오히려 시중잡배들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한 사람 왕따시켜 시궁창에 내모는 건 물론이고 갖은 음해로 생매장시키기도 한다. 정말 자신이 제대로 된 작가라고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남의 인간성 운운하기보다 동료의 허물을 덮어주며, 비열하게 등을 찌르지 말고 정면에서 충고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동네 A아파트와 B아파트는 비슷한 시기에 입주했는데 똑같은 평수의 매매가격이 5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입주 초기에 하자가 생겼을 때 A아파트는 아무도 모르게 쉬쉬하면서 하자보수를 했고, B아파트는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서 알렸다. 덕분에 오늘날까지 A아파트는 고급이요 B아파트는 날림으로 인식돼 매매가격이 다르다. 잘못된 비유인지는 모르지만, 전문집단을 이루고 있는 작가들도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A아파트 주민들과 같은 처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처럼 서로 측은하게 여기며, 모난 돌은 모난 돌대로, 깨진 돌은 깨진 돌대로 각기 그 개성을 인정해주는 문화 풍토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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