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철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문밖을 나서면 자동차를 만난다. 직접 자동차를 몰기도 하고,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현대인들에게 자동차 없는 삶을 생각하기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다.

자동차로 인해 먼 거리가 한결 가까워졌고 무거웠던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졌다.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자동차는 이제 필수품이 되었다. 자동차는 또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수만개의 부품이 생산·제조돼 조립되는 과정에서 관련 산업은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문명의 이기로서 역할과 기능을 십분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차의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자동차 기능 자체의 문제보다는 자동차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그릇된 행태에서 잉태한 측면이 강하다. 교통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동차 문화가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탓이다.

문화라는 것이 하루 이틀 만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대국에 어울리지 않는 낮은 수준의 자동차 문화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도심에 깊이 파고든 화물자동차의 주차문제다. 화물자동차 차주 입장에서도 충분히 항변의 소지는 있다. 화물자동차가 주차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는 측면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물자동차의 주차로 인한 불편과 고통은 그냥 방치해서는 안될 수준에 이르렀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화물자동차의 주차로 이미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한적한 도로에 주차된 화물자동차는 어둠이 내리면 실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 자칫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주택가 주차난 심화에도 한 몫하고 있다. 대형 화물자동차 한 대가 소형 차량 두 대분의 주차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주민간 마찰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점검과 단속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때가 되면 하는 일회성 점검과 단속만으로는 근절하기 어렵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점검과 단속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당장 개인적으로 주차장을 확보할 수 없는 화물자동차 차주들의 어려운 형편을 고려해 당국에서도 점검과 단속을 병행하면서도 화물자동차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화물자동차의 도심 주차문제 못지않게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가 바로 장기 방치된 차량을 처리하는 일이다. 도심에 무단방치된 차량은 사고요인은 물론 미관을 해치는 적폐가 된지 오래다.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볼품없는 차량을 보는 것 자체가 짜증을 유발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깨지고 파손된 차량을 놀이기구삼아 놀고 있는 어린이들을 볼때는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런데 아무리 행정력을 총동원해도 무당방치차량은 줄어들지 않는게 현실이다. 사유재산을 함부러 처리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면 그것을 개정해서라도 무단방치차량이 흉물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화물자동차 불법주차와 무단방치차량 문제는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를 문명의 흉기로 돌변시키는 공공의 적이다. 또한 저급한 수준의 낮은 자동차 문화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문화를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차 생산의 전진기지인 울산이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를 업그레이드하는 선진도시가 되기 위해서라도 당국과 시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영철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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