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읍성·병영성등 역사유적지
알림판·안내서 등 크게 부족
스토리 개발하고 홍보에 힘써야

▲ 서태일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2월의 마지막 날 밤 울산의 도심에는 비가 내렸고, 경주와 언양 방면의 산에는 눈이 내려 쌓였다. 올 겨울 적설을 본 적이 없어 은근히 눈을 기다렸는데 그렇게 많이 쌓인 줄 모르고 비가 그칠 즈음해 산길 찾아 나섰는데 호계 근처의 멀지 않은 산에서 나무에 핀 설화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아직 몇 사람만 지나간 흔적이 있는 눈 위를 새로운 발자국을 만들며 산길을 걷는 기쁨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받은 마음이다. 첫눈 내리는 걸 보며 좋아하듯, 겨울이 끝날 무렵이면 노란 개나리꽃이 피는 날이 기다려지듯, 그렇게 보고 싶고 기다려지는 축제나 스토리(Story) 따라 걷고 싶은 곳이 많다면 일상의 일에서 벗어나 웰빙(Well-being)할 시간과 대상들을 쉽게 고를 수 있게 되어 좋을 것이다. 즉, 자연도 즐기고 문화도 즐기는 그런 곳이 주변에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동구에 있는 울기공원과 주전과 양남으로 이어지는 해변의 아름다움은 오래전부터 시민들의 휴식처이고, 울주군의 간절곶 일대도 잘 개발되어가고 있다.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산악군은 자연이 준 큰 선물이며 여러 가지 개발 계획들이 검토되고 시행되고 있다. 또한 이미 울산은 제법 오랜 시간의 투자를 통하여 공해에 찌들어가던 태화강을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 놓았다. 철새들의 도래지가 된 강을 따라 걷기도 하며, 철마다 다른 종류의 물고기 떼들이 펄쩍 펄쩍 뛰어 오르는 강변을 자전거 트랙킹도 하고, 십리 대밭의 숲은 가족들과 연인들의 행복한 장소도 되며, 겨울을 제외한 매 계절마다 몇 종류의 축제들이 강변에서 열리고 시민들이 즐기고 있다. 울산대공원을 즐기는 시민들도 유사하다. 선암 호수공원과 송정 박상진 호수 공원도 잘 가꾸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며, 사계절이 변하는 아름다움을 공원을 산책하면서 느껴 보는 즐거움은 인생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시간을 같이 하므로 아름답지 않은가. 이만큼 울산의 주변에는 좋은 자연이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문화 축제는 어떤가. 남구는 고래 축제가 대표이고, 울산시는 전설이 된 포경업을 반구대 암각화와 연계하여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고래잡이에 종사한 사람의 수는 어업에 종사한 사람의 수에 비하여 극히 소수이고 이를 판매하여 생업을 유지한 사람들 또한 그 수가 많지 않으나 고래 고기를 즐긴 사람들의 수는 이들 보다는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포경이 금지된 나라에서 고래잡이를 흉내 내고 고래 고기를 즐긴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니,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연구소가 있고 또 고래바다여행선을 운항한다고 해도 먹거리의 제약 때문에 축제를 더 발전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므로 이의 해결 방안이나, 향후 계획 수립에 관계자들의 고심이 예상된다.

북구에는 역사에 근거한 쇠부리축제가 있고, 동구에는 울산조선해양축제, 울주군은 외고산옹기축제, 중구는 마두희축제가 대표적이다. 모두 올해는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 주말 동호인들과 울산 중구에 위치한 성곽 답사를 다녀왔다. 울산의 성곽은 주로 신라, 고려 그리고 조선시대에 걸쳐 세워 졌으며 중구의 이름 있는 성곽은 동헌 중심의 울산읍성, 병영성, 계변성 그리고 현재 학성공원으로 불리는 일본 왜성이다. 학성공원은 여러 변천을 거쳐 아름다운 나무숲으로 조성된 공원이 되었고 왜성의 흔적들을 아직도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며, 답사를 해본 성지 중에서 가장 알림 표지가 잘 되어 있었으나 다른 곳은 많이 부족하였다.

현재 복원 중인 병영성의 서문지에도 복원에 대한 안내가 없고 병영성 지도나 향후 계획들을 알 수 없어서 인솔자의 설명에 의존하려니 갑갑하였다. 충의사가 있는 계변성지에도 아직 발굴은 되지 않았어도 보다 상세한 안내판이 필요해보였다.

교동~북정동~복산동~성남동~옥교동으로 이어지는 울산읍성 추정 길은 아직도 울산의 달동네가 많은 곳이었다. 원도심의 활성화 계획에 이러한 곳들의 스토리를 개발하고 올레길을 개발한다면 옛 울산을 아는 좋은 길이 되지 않을까. 개발 전이라도 서울의 서촌 길처럼 길 따라 보다 많은 역사 알림판이 설치되고, 곳곳에 간단하지만 친절한 안내서까지 배치된다면 지역의 역사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증가하지 않을까. 지역 역사 알리기에 힘쓸 때다.

서태일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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