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울산 일자리 미스매치 현실과 해결방안은(상)중소기업 구인·구직 ‘하늘의 별따기’

구직자 대부분 대기업 희망...중소기업은 구인난 시달려

30대 그룹 올해 채용 줄이면...청년 취업률 직격탄

울산은 일자리보다 일할 사람이 많은 도시다. 기업은 우수인재를 선별해 채용할 수 있고, 구직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취업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대기업이나 인재를 가려 뽑을 뿐 중소기업들은 도리어 구인난에 허덕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그만큼 심각하다. 일자리가 많고 실업률이 높으면서도 구인·구직이 쉽지 않은 울산의 일자리 미스매치 현실과 해결방안 등을 짚어본다.

◇구직자 많은데 중소기업 구인난 여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울산의 구인배수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0.91이다. 신규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가 0.91개로, 구직자 입장에서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제주도(1.32), 세종(1.21), 경남(1.08), 전남(1.02)에 이어 다섯번째로 구직자 대비 일자리 비율이 높은 곳이다. 전국 평균(0.64)을 상회한다. 전년(0.61)에 비해 0.30 증가하면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구직자 입장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그만큼 쉬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허덕인다. 기업의 직원 충원 여부를 나타내는 구인충족률은 지난 2013년 12월 기준 50.4%에서 지난해 36.4%로 곤두박질쳤다. 비율이 가장 높은 대전(99.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전국 평균(57.8%)보다 약 20% 낮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S­Oil 등 울산의 주요 대기업에선 구인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이같은 문제가 중소기업에 집중된 셈이다. 대기업이 밀집한 탓에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타 시·도에 비해 중소기업 구인난이 심각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북구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실업자가 그렇게 많다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은 항상 구인난에 허덕인다”며 “청년실업률이 높다는건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하소연했다.

◇대기업 채용 감소로 미스매치 심화될 듯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30대 그룹 신규채용 규모는 전년도(12만9989명)에 비해 6.3% 감소한 12만1801명이다. 지난해 최대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나 유가 폭락 등으로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SK에너지 등이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 역시 하청업체 출신 채용을 제외하면 신규채용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에서 채용 규모를 축소하면 지역 청년 취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취업난에 시달리다 구직을 포기한 지난해 울산의 ‘실망실업자’가 전년 대비 4.0%인 1만5000명이 증가했고, 청년 실업률도 2013년 8.1%에서 2014년 4분기 8.7%로 늘어난 상황에서 내년 전망 역시 밝지 않은 상태다.

또 기업들이 정년연장 등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신규채용을 축소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지역 미취업자가 늘어나면서도 중소기업들은 신규직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봉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은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청년층 고용부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노동시장 구조 개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 울산 고용 관련 지표
구분2014년 12월2013년 12월비고
구인배수0.910.60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수
구인충족률36.4%50.4%기업의 직원 충족 비율
청년실업률8.7%8.1%15~29세 기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