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단위 지원으로 주인의식 떨어져 ‘일단 받고보자’식 집행

뚜렷한 사용처 생각 않고...사업비 타내는데만 몰두

논 가운데 회센터 서기도...한수원·울주군 관리 미흡

▲ 4억원의 원전지원금을 지원받아 울주군 서생면 강양리 어촌마을에 건립된 회센터가 수년째 문을 닫은 채 방치돼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원자력발전소 건립·운영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주민의 복지·수익 차원에서 지원되는 수백억원의 각종 원전지원사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경쟁적으로 사업비를 일단 타내고 보자는 식의 마을주민 의식도 문제지만 돈은 주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이를 집행하는 울주군의 무책임함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 어촌마을에 세워진 회센터. 물고기를 보관하는 수족관들이 파손된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지난 2012년 한수원이 4억원을 지원해 건립됐지만 손님이 없어 수년째 문을 닫은채 방치되고 있다. 회센터가 이렇게 된 것은 생뚱맞게 논 한 가운데 덩그라니 세워진데다, 인근 강양회단지와 떨어져 있는 등 접근성이 좋지 않아 상인들도 손님들도 찾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근 나사회센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입구는 자물쇠로 채워진 채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지난 2006년 신고리 1·2호기 건설로 비학마을 주민 이주 보상비 5억원을 들여 지상 2층, 연면적 1628㎡ 규모의 공동회센터를 건립했지만 8년동안 영업다운 영업은 해본적이 없다. 회센터가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되레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회센터 뿐만 아니라 CCTV 설치 사업, 농기구지원사업, 농기계보관창고, 관광 등 매년 50여억원의 기본원전지원금이 들어가고 있지만 금액에 비해 사업의 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개인이 아닌 마을 단위로 지원되다보니, 지원금에 대한 ‘주인의식’이 떨어진게 원인이라는 게 대체적 여론이다. 다시말해 뚜렷한 미래 전략없이 다른 마을로 지원금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돈을 타내고 보자는 식이 문제라는 것. 거기에다 한수원과 행정기관이 민원 방패막이로 돈만 내주고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기관은 회센터 등 수억원이 넘게 지원된 사업에 대해서 담당자 교체라는 이유로 집행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다 보니 원전지원금 집행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기본원전지원사업의 집행 절차는 이렇다. 지원사업 대상 마을 주민들이 울주군에 사업을 제안하면 군은 사업을 검토해 한수원에 사업비를 신청한다. 한수원의 내부 심의를 통과하면 울주군은 사업비를 집행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마을별 소규모 사업보다 면단위의 대형사업 형태로 지원금 배분방법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마을대표로 꾸려진 주민협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서로다른 동상이몽(同床異夢)’식 해석을 내놓으며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 주민 대표는 “투입된 지원금에 비해 내세울 만한 성공적인 사업은 없다. 마을별로 찔금 찔금 지원되다보니 주민들에게도 실제 도움이 안된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년 50억원씩 나오는 기본원전지원금을 수년간 모아서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대규모 수익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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