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에 따른 회사측의 시설물 보호요청에 따라 현재 효성 울산공장 안팎에는 상당수의 전투경찰대원들이 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장 내에 전투경찰대가 24시간 상시주둔한다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경직된 분위기를 만들어 근로자들의 반감을 사지 않을까 다소나마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생각들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느끼고 있다. 오히려 요즘은 이들의 고생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어서 때때로 마음 한구석이 아파오기까지 한다. 이 땅의 젊은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대를 갔다와야 하는 것이지만 더운 날씨에도, 비가 내리는 궂은날씨에도 맡은바 책무를 다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좀더 편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든다.  주변 사람들이 볼 때도 이러한데 가족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외부에서 이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매스컴에서 매일 접하게되는 폭력 시위 때문에 혹시라도 다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아직까지 큰 부상자가 생기지 않아서 걱정하지 말라고 응답을 하지만 그런 전화로는 안심이 안되는지 먼길을 물어물어 공장으로 면회오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면 씁쓸한 기분을지울 수가 없다. "과연 누가 누구의 적일까?" "무슨 이유로 이들은 돌과 화염병에몸을 내밀어야 하는 것인가?" "언제쯤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가 사라질까?" 등등의생각이 머리 속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최근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있는 총파업은 가뭄과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벌여져 명분이 매우 약할 뿐아니라 그 폭력적인 방법으로 인해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과잉진압과 관련되어 쏟아졌던 경찰에 대한 비난도 그 화살이 민주노총 쪽으로 많이 기울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이라도 가까이서 경찰들의 생활을 접하거나 이들이 시위를 진압하는 광경을 보면여론의 향방이 왜 변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극렬한 시위대 앞에서도 수세적인 방어에 주력할 뿐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바로 코앞에서 정부의 하수인이니 돈에 팔려간 깡패같은 놈들이니 하는 폭언을 들어도 이들은 묵묵히 자기들의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이며 경찰 앞에서 맞는 시늉을 하면서 벌렁 누워버리는 시위자를 연행할 때도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제일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회사측에서 감사의 마음으로 제공하혀 했던 식당 사용, 음료수·과일 제공과 같은 사소한 편의도 받아들이지 않고 외부에서 도시락을 배달해 자체적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또 공장의 많은 근로자들에게 반듯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휴식시간에도 기강을 깨뜨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  이들이야말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문화의 최대 피해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들이 언제쯤 돌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벗어나 우리 시민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도우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그들의 부모와 형제, 가족과 같은 마음이 되어 이번 불법적인 파업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종결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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