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사태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2달러 넘게 급등하는 등 국제 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예멘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만 배럴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하루 1천만 배럴을 생산하는 데 비하면 ‘작은 산유국’에 불과하다.

한국의 지난해 원유 수입량 9억 2천여만 배럴 가운데 중동산이 84%를 차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이라크·이란·카타르·오만산만 수입할 뿐 예멘산은 없다.

예멘이 국제 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함에도 원유 투자자들이 예멘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아라비아 반도 끝에 있는 예멘은 홍해를 끼고 있다. 예멘의 남서쪽 끝부분과 아프리카대륙 지부티가 마주보는 ‘바브 알 만데브 해협’은 원유와 석유제품 수송의 주요 길목이다.

홍해와 인도양(아덴만)을 연결하는 이 해협의 가장 좁은 곳의 너비는 30㎞에 불과하며 하루 평균 380만 배럴의 원유가 수송된다.

예멘에서부터 홍해를 따라 올라가면 차례로 수단의 원유 파이프 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파이프라인,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우회하는 수메드 파이프라인이 홍해에 연결돼 있다.

홍해의 해상 운송로가 폐쇄되거나 위협받으면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에 유가는 물론 해상운송 보험료까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울러 원유 시장은 예멘 사태의 확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예멘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시아파 후티반군을 도우려고 나서면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종파 간 전쟁으로 치달아 중동지역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핵 협상 중인 이란과 미국이 예멘 사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확전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한 예멘사태에 따른 유가 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은 군사작전 초기라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한편, 국내 1만2천여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값은 19일부터 9일 연속 하락해 27일 현재 ℓ당 1천511.6원이 됐다.

정유사들이 2주 연속 휘발유 공급기준가격을 내린 덕에 소비자 가격도 내렸지만, 예멘 사태로 국제 유가가 올라 다음주에는 공급가를 소폭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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