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제 폐지를 골자로 한 ‘학사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학내 안팎의 반발을 산 중앙대가 박범훈 전 총장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으면서 망연자실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27일 오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캠퍼스 안에는 새 학기임에도 밝은 표정의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대학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인문대학 입구에는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몰려나왔지만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

 인문대학 앞 흡연장소에서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중앙대와 관련한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빼빼로 광장 옆 게시판에는 학사구조 선진화 방안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집중해서 읽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학교 분위기에 검찰까지 압수수색을 하자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영어영문학과 정모(19)씨는 “입학 전에는 학교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자꾸 안 좋은 일로 학교가 구설에 오르니 다른 학생들도 부끄러워한다”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자전기공학부 김모(19)씨는 “뉴스에 중앙대가 나오기만 하면 안 좋은 이야기”라면서 “구조조정을 비롯한 학교의 잘못된 행동들이 언론에 반복해 알려지면서 학교 이미지가 더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국제물류학과 곽모(23)씨는 “학교가 사실상 취업학원이 되면서 안 그래도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오늘 압수수색까지 당해 부끄럽고 불명예스럽다”면서 “검찰 수사로 전 총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학교 이미지가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착잡해했다.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누리 교수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대학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증거”라면서 “지금이라도 학교 당국이 학생과 교수 등 학내 의견을 반영하는 민주적인 절차를 복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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