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시청률조사 전문기관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주(11~17일) 주간 시청률순위에서 1~3위에 오른 프로그램은 모두 사극이었다.  1위는 궁예가 하차한 뒤에도 여전히 남성 시청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있는 KBS 1TV 〈태조왕건〉(45.9%)이, 2위는 궁궐안 여인들의 암투를 치밀하게 묘사해내며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고 있는 SBS 〈여인천하〉(37.8%)가 차지했다.  또한 스크린스타 이미연이 성인 명성황후로 등장하면서 시청률이 두배 가까이 상승한 KBS 2TV 〈명성황후〉(24.9%)도 3위에 랭크됐다.  한꺼번에 세편의 사극이 동시에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처럼 사극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 가운데 전문가들이 첫번째로 꼽는 것은 지난 10년간 방송가를 주름잡아온 트렌디드라마에 대한 식상함.  지난 92년 MBC 〈질투〉로 첫선을 보인 트렌디드라마가 10년째를 맞이하면서 재탕,삼탕으로 우려먹는 비슷비슷한 소재와 갈등구조에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고의 청춘스타들과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20%대 초반의 시청률에 그쳤던 MBC 〈호텔리어〉와 SBS 〈아름다운 날들〉의 저조한 성적은 이러한현실을 잘 보여준다.  시청자들이 역사속의 인물들을 통해 답답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세 사극의 주인공인 왕건, 정난정, 명성황후가 모두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을 지닌다. 왕건이 삼국을 통일하고, 북벌정책을 추진하는 모습과 명성황후가 일본에 맞서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시청자의 마음 속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민족적 기상을 자극하기도한다.  〈태조왕건〉의 안영동 책임프로듀서는 "순수한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원하는 바를성취하기가 어려운 복잡다단한 현실 속에서 강한 의지 하나만으로도 많은 위업을 이뤄내는 사극 속 영웅들의 모습이 시청자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S 1TV 〈용의 눈물〉과 MBC 〈허준〉의 성공 이후, 각 방송사들이 앞다퉈 사극에대형스타들을 기용하고, 많은 제작비를 쏟아부으며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여인천하〉와 〈명성황후〉는 각각 거액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스크린 스타인 강수연과 이미연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초반부터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다.  방송사 사극담당PD들에 따르면 현재 방영중인 공중파 방송3사의 사극 가운데 MBC 〈홍국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1회분 제작비가 1억원을 넘는다. 그중에서도 후삼국시대를 재현하고 있는 〈태조왕건〉은 의상, 소품, 세트비 등을 합쳐 2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MBC는 신세대 사극을 표방한 〈홍국영〉이 5%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있는 가운데 조선후기의 거상 임상옥의 일생을 재조명할 〈상도〉를 오는 10월 방송할 예정이며, SBS도 12월께 조선중기 상인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대하사극 〈대망〉을 준비하고 있어 올 하반기에도 사극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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