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침체로 중소 협력사들도 위기
지역 벤처기업, 정부 지원 적극 활용해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으로 우뚝 서길

▲ 이일우 유시스 대표이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폐쇄적인 소니’와 ‘스마트폰 시장의 노키아’가 자주 구설수에 오른다. 노키아가 국가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해 ‘노키아랜드(Nokialand)’로 불리던 북유럽의 강소국 핀란드. 스마트폰 시장에 대처하지 못해 40%를 차지했던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1위 자리를 삼성에 내준 노키아의 몰락은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으며 2009년에는 -8.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노키아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았던 핀란드가 벤처 강국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노키아와 함께 20년동안 양성된 뛰어난 인적자원과 축적된 노하우는 스타트업 생태계로 쏟아져 나왔고 창의적인 벤처기업의 붐을 불러일으키는 의외의 결과를 만들었다. 노키아 출신의 인재들이 대거 포진한 ‘앵그리버드’의 ‘로비오’가 좋은 사례이다. 정부도 ‘100개의 작은 노키아를 만들자’라는 구호 아래 규제철폐, 법인세 인하, 벤처캐피털 조성 등 창업 붐을 적극 지원하였고 그 결과 모바일 게임 매출 세계 1위를 기록 중인 ‘클래시 오브 클랜’의 ‘수퍼셀’같은 기업들이 노키아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울산의 근황을 살펴보자. 전국 3만개에 달하는 벤처기업 중 울산은 1.4%도 미치지 못하는 388개의 벤처기업이 있다. 이 조차도 최근 감소세여서 울산의 성장동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전부터 울산은 ‘부자 도시’ ‘높은 임금 수준’ ‘산업 수도’ 등의 듣기 좋은 수식어로 불려왔지만 이면에는 대기업과 1차, 2차, 3차 협력사로 구분되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대기업이 잘되고 협력하는 많은 중소기업도 동반 성장하는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형태일 테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유가하락의 원인으로 울산의 주력산업인 조선, 석유화학산업이 심각한 침체에 빠졌고 일부 사업 분야를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에서 일감을 수주하고 있는 많은 중소 협력사들의 난항이 불 보듯 뻔하다.

얼마전 진주에 위치한 플랜트 제조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해당 업체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대기업에 대부분 제품을 공급하다가 대기업과의 거래가 갑자기 끊기면서 큰 경영위기를 맞았다. 자구책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어렵게 거래처를 넓혀나갔고 현재는 국내외 다양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어 최근 유가하락으로 발생되는 경기침체에 비교적 여유 있게 대처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말한 노키아의 예처럼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은 좋은 사례이다.

필자는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라”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라”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하라” “틈새시장을 노려라”라는 말들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마치 학창시절 어머니께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던 잔소리처럼 들릴 때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 기업을, 우리 직원들을, 그리고 우리의 삶을 경기침체라는 소용돌이에서 생존시키기 위해서는 한마디 한마디 곱씹어 행동으로 옮겨야 될 것이다.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사장된 수많은 기업과 직장을 잃은 고통 받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고 핀란드의 경제건강을 살리기 위해 또 그만큼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울산시도 신성장동력의 원동력이 될 스타트업 기업의 끊임없는 발굴과 지속적인 지원으로 글로벌 스타기업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많은 역량을 집중 할 때이다. 더불어 기존 중소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 모색으로 창조경제의 핵심인 자생력 있고 건실한 벤처기업이 많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현재 울산시 및 정부 부처에서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사업 단계별 요소요소에 많은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기업인들이 이런 정부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길 당부한다.

이일우 유시스 대표이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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