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항로변경죄 무죄 이끌어 집유 판결받자는 전략인 듯

‘땅콩회항’ 사건으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항소심이 초고속으로 진행된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1일 열린 첫 공판에서 “다음 재판에서 사건 쟁점에 대한 피고인 측과 검찰 측 양쪽의 변론과 반론을 듣고 최종 변론과 피고인 최후진술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변론기일과 결심공판을 분리하지 않고 하루에 다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재판부는 이달 20일 오후 재판에서 이런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뒤 그다음 기일을 따로 잡아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미룰 특별한 사정이 없는 만큼 선고기일은 통상적인 기준으로 다음 달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 3차례 기일로 항소심이 끝나는 것이다.

 이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어서 항소심 공방이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뒤집은 초고속 진행이다.

 재판부는 “생각보다 증거조사를 할 내용이 많지 않고 법리에 대한 판단 부분이 남아 있어 피고인 측이 원하는 대로 변론을 한다 해도 한 번에 다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재판부가 검찰과 조 전 부사장 측 양쪽에 항소심에서 더 신청할 증인이나 증거조사할 부분이 있는지 물었지만, 검찰은 전혀 없다고 밝혔고 조 전 부사장 측도 새로 추가할 증인이나 증거는 없다고 답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항로변경 혐의에 대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30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검찰의 반론과 그에 대한 재반론이 이뤄진다 해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런 초고속 진행은 양형을 낮추는 선에서 재판을 가급적 빨리 끝내려는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단의 전략과 들어맞는다.

 변호인단은 법정 양형 기준이 높은 혐의인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를 무죄로 뒤집기 위해 불필요한 공방을 피하기로 하고 이날 첫 공판에서 다른 두 가지 혐의인 업무방해와 강요죄를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항로변경죄를 무죄로 이끌어 조 전 부사장을 집행유예로 풀어내겠다는 재판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재판을 길게 끌고 갈 경우 그만큼 조 전 부사장의 수감생활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심리 끝에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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