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후세에게 빌려온 사회적 자본
깨끗하게 쓰고 물려줘야 할 의무 있어
성장보다는 균형있는 자원분배가 절실

▲ 전상귀 법무법인 현재 대표 변호사

얼마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75%로 낮추었다. 역대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예금이자가 10%대를 상회하던 개발국가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기준금리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아니하니 신규 아파트 분양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저금리여서 임대사업을 해보자는 사람도 생겨나는 것 같다. 낮은 이자율에 소비가 미덕으로 비추어지는 사이에 가계의 빚이 불어나고 있다. 가계 빚의 현격한 증가는 우리 경제에 큰 위험요소이다. 빚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부모가 얼마나 될까? 재판을 하다보면 후손들에게 빚을 대물림하는 부모를 왕왕 본다. 빚을 물려주어 자손들이 뜻을 펼 수 없게 막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외국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기현상이 있다. 헌 아파트가 새 아파트보다 값이 더 나가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는 헌 아파트가 헐리고 새 아파트가 세워질 때 가치상승의 기대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 아파트 철거시 그 많은 건축물 쓰레기는 어디다 버릴 것인가? 50년 내에 현재의 아파트 중 남아 있는 아파트가 거의 없을 것이다. 50년 뒤에도 마지막 프리미엄을 잡으러 아파트 청약에 줄을 서고 있을까? 만약, 초가집을 헐었다 치자. 지붕은 헐어서 거름으로 쓰면 되고, 지붕 위의 흙은 마당에 깔고 나무는 군불을 때면 그만이고 돌은 담장에 보태면 된다.

정부가 쓰레기를 해양에 투척하는 것을 허용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더 이상 해양에 쓰레기 투여를 허용해서는 아니된다. 밥상 위에 등굽은 고등어나 조기가 자연스러운가? 원자력발전소도 그렇다. 고리원자력발전소와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과 관련하여 마음이 편치 아니하다. 가족친지들이 사는 울산을 둘러싼 원자력 쓰레기를 걱정한다. 수도시설도 그렇다. 최근 싱크홀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싱크홀의 원인이 노후된 수도관 때문이기도 하단다. 지금도 노후된 수도관이 즐비한데 50년 후에는 어떨 것인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컨대 빗물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더 연구해야 할 것이다. 전기 등 물자를 아껴 쓰는 것은 빚을 덜 지는 것과 같다.

과거 경제개발 시절에는 저축이 미덕이었다. 저축을 해야 빚이 안 생길 것 아닌가? 환경이나 국토도 난개발을 해 버리는 것은 저축은 안하고 소비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쓰고 있는 국토와 환경은 우리 것이 아니다. 환경은 채무자인 우리가 후세에게 빌려온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다시 말하면 빚인 것이다. 채권자인 미래의 자손이 쓸 자산인데 그 것을 미리 당겨와 망가뜨리면 후손은 그 환경에서 어떻게 살겠는가? 우리는 선조로부터 그나마 덜 파괴된 아름다운 강산을 물려받았다. 물도 아직은 부족하지 않고 원자력 쓰레기도 없었으며 거대한 건축물 쓰레기도 많지 않았다.

50년이 채 못 지난 과거에 이 땅에서는 전쟁과 가난의 고통이 있었다. 이 땅의 사람들은 그 고통을 이겨내며 근면하고 절약하는 국민으로 거듭났다. 우리 선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토계획이나 환경은 경제성장에 우선순위를 내주어야 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물론 경제발전을 하여야 하고 공장, 사무실 그리고 주거공간도 지어야 하는 점에 동의한다. 자원이 없고 소비할 인구가 충분하지 않은 나라에서 수출로 생존수단을 삼는 데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최적의 장소에 최소한만 절제심을 발휘해서 써야 한다. 고도성장의 시대가 지났음은 기준금리가 1.75%라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이 잘 알려주고 있지 아니한가? 국가의 빚과 공기업의 빚도 엄청나다. 사정이 이런데, 모든 국민이 고대광실에서 살 수 없으며 굴뚝사업을 더 확장할 수는 없다.

이 시대는 고도성장보다 균형있는 자원배분의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채무자인 우리는 채권자인 후손에게 대한민국 금수강산을 제대로 물려 줄 의무가 있다. 이미 공업화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토환경을 아끼고 보호하자. 그래야 후손들에게 빚을 덜 지는 우리가 될 것이다.

전상귀 법무법인 현재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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