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역량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사업
리스크 높을수록 공공부문의 책임 커져
에너지 안보 위해 중장기적으로 접근을

▲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흔히 석유개발사업을 두고,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대표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가진 업종이지만, 충분한 경쟁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탐사에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임을 의미하는 말이다.

하지만, 석유개발사업의 골든 타임이 20년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사업은 투자비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메이저 기업들의 상업적 탐사성공률이 20%도 되지 않은 만큼, 필자는 국가 경제발전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이 사업을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주길 기대하는 바이다.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먼저 이 산업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석유산업은 크게 ‘업스트림’이라고 부르는 상류부문과 ‘다운스트림’이라고 부르는 하류부문으로 나뉘는데, 이는 탐사와 개발, 생산과 수송 및 저장, 정제, 판매 등 고난이도의 단계가 수반된다. 이 과정에는 수많은 인력과 시간, 물자가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석유개발사업을 다시 한 번 바라봐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석유개발사업은 단순한 자원을 땅 속에서 파내는 사업이 아닌, 한 국가의 유무형적인 역량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사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업은,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아주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가 훌륭한 역량을 보유한 철강, 해양구조물, 선박, 엔지니어링, IT 등의 산업과 석유개발사업이 만날 때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복합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 가능한 것이다. 수많은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업과도 연결되는데, 컨설팅, 중개, 회계, 금융, 보험, 법률 등의 산업과도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다. 물론 석유개발 역량이 궤도에 오르고 축적되어 적극적인 운영권 사업을 주도할 경우, 이러한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효과가 가장 크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작년 11월 우리나라 석유정제시설과 석유화학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울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플랜트, 조선 등 지역 연관 산업과의 상생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울산지역 석유화학산업 클러스터에 2840만 배럴 규모의 상업적 탱크터미널을 구축하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대표적인데, 이를 통해 약 9000명의 고용 효과, 연 4600억원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고, 원유 입·출하, 수송 및 저장 등을 통한 물류산업 발전, 석유물류 활성화에 따른 금융 산업의 발전 또한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의 예로, 울산 앞바다에서 공사가 호주 우드사이드, 대우인터내셔널과 진행하고 있는 국내 대륙붕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중 대우인터내셔널과 진행하고 있는 동해-2 가스전 사업의 경우 이미 작년 한국가스공사와 가스판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향후 약 3.7억달러의 매출, 약 50만t의 천연가스 수입 대체 효과, 그리고 고부가가치 해양 플랜트 산업의 발전 등 국내 관련 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석유개발사업의 목적은 비상시 안정적으로 석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산업 및 기업 정책 측면에서 석유개발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태계 조성이 미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석유확보 환경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공공부문이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더 나아가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국가의 중요한 신 성장 동력, 즉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석유개발사업은, 전후방 연관 산업 분야의 역량이 총체적으로 결집된 최첨단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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