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응도 낮은 국민체조보다
개인에 맞는 체조 개발 유도
경연대회 열어보면 어떨까

▲ 곽미자 춘해보건대 요가과 교수

활짝 핀 벚꽃을 교실 삼아 울산대공원 남문광장으로 야외수업 겸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날은 며칠동안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많은 학생들이 나들이를 나와 활기찬 모습과 즐거움이 마치 봄 향기처럼 퍼져나가는 듯했다. 요가의 특성상 요가매트 하나면 어디서나 요가를 할 수 있어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과 함께 요가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혼자서 요가를 하려면 참 쑥스럽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함께 하다 보니 행복하고 서로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자연의 일부가 된듯하여 새삼 울산대공원의 풍요와 혜택에 고마움이 일었다. 조그마한 터만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 기체조를 수련하는 홍콩시민들이나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면서 요가를 하는 인도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흔치 않는 일이어서 내심 부러웠던 까닭이다.

얼마전 늘품건강체조가 국민체조로 대체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늘품건강체조는 3분 정도의 21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난해 11월 문화가 있는 날에 대통령까지 시연을 하여 주목이 되었으나, 이제는 한달만에 만들어진 졸속 개발로 이루어졌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체조로 대체할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늘품건강체조를 만드는 데만 수억이 들었다고 한다. 한편 늘품건강체조보다 앞서 지난해 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포함시켜 2억 원을 들여 코리아체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코리아체조는 5분정도의 하늘과 땅, 구름, 바람 등의 자연을 소재로 한 스토리형태의 자세를 포함하고 있다. 사실 필자에게 놀라운 것은 이러한 체조를 만드는데 수억 원이 들었지만 별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지방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1000만원을 들여 제작·보급하고 있는 ‘아리랑 건강체조’는 아리랑이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국민의 건강증진과 함께 아리랑을 저변확대하기 위해 제작되었다고 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국민체조도 그 변화를 겪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민체조 시~작”과 함께 우렁찬 구령에 맞추어 학교 운동장에서 실시하였던 때가 기억 날 것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국민체조의 전신은 1960년대에는 ‘재건국민체조’로 불리었으며 2000년대에는 ‘새천년건강체조’로 탈바꿈했다. 새천년건강체조는 탈춤과 태권도의 품새를 조화롭게 구성하여 힘 있는 우리민족의 기상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작년 연말부터 늘품건강체조가 국민체조로 새롭게 바뀌어 질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에서부터 다시 국민체조로 대체하지 않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까지 듣는데 들인 돈이 국민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새로운 국민체조를 만들어내는데 예산을 쏟을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 속으로 쉽게 뿌리 내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건강을 위해 많은 예산을 들이지만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예산이 새어나가는 게 보인다. 얼마 전에 보았던 시골의 한적한 곳에 설치한 최신 운동기구 위로 쌓여있던 먼지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운동기구 대신에, 비싼 돈으로 만들었지만 국민의 호응이 없는 국민체조 대신에,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생활양식이 중요하다. 공원이나 조그마한 빈터에서도 스스럼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체조나 스트레칭을 하는 건강한 생활양식의 문화가 필요하다. 건강한 생활양식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자세를 만들어 국민체조로 보급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맞는 체조나 가족전체가 만들어가는 체조도 재미있을 듯하다. 또는 친구들끼리 하는 체조나 비슷한 연령대에서 만드는 체조 등을 스스로 만들게 하여 경연대회를 열어도 좋을 듯하다. 아리랑 건강체조처럼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건강체조를 만들어 보급해도 좋을 듯하다. 언젠가 건강도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울산시에서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이런 경연대회를 한바탕 축제처럼 열어주면 좋겠다. 공원이든 어디서든 건강한 생활양식을 위해 펼쳐가는 몸짓이 남이 볼까봐 신경 쓰여 쑥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연을 닮았으면 한다.

곽미자 춘해보건대 요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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