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인증 강화땐 영세병원 통폐합 불보듯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땐 억대 공사비 떠안아야 하고

공사기간 환자 관리도 문제...평가인증제 전면 시행하면

미인증 병원은 치명타 입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면서 가격할인 등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울산지역 노인요양병원업계가 빠르면 1~2년내에 대대적인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고 의무인증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전체 요양병원의 20~30% 가량은 줄어들거나 통폐합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23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22명이 사망한 전남 장성 노인요양병원 화재사건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민안전처는 지난달 말 요양병원의 스프링클러 설비 등을 소급 적용한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행정 예고했다.

◇스프링클러 설치는 ‘선택 아닌 필수’

요양병원들이 과도한 비용 부담과 노인요양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는 이제 시간문제이다. 요양병원이 화재 사각지대로 부각되고 있는 여론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면적과 관계 없이 요양병원이 스프링클러 설비 또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비,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자동화재속보 설비를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 1억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로 알려지고 있다.

천장을 다 뜯어내야 하는데 공사기간 동안 입원환자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부터 상가 임대 병원들은 예산문제를 떠나 공사를 실시할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세 요양병원들의 통폐합이 불가피한 이유다.

환자의 인권이나 위생, 안전 등 적정성을 종합평가하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 시행도 요양병원업계의 재편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요양병원 의무인증제도는 180병상 이상은 지난 2013년부터, 100~180병상은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100병상 이하까지도 대상에 포함된다.

평가인증제도는 ‘처벌’이 아닌 ‘인증’수준이지만 차별화가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인증을 받지 않은 요양병원은 환자유치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역 요양병원 한 관계자는 “설비를 제대로 하고 의무인증을 받게되면 돈벌이로 이 사업을 시작한 사무장병원 등은 정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상가를 임대하거나 시설이 불편한 영세업체들도 통폐합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서비스 통폐합 가속화될듯

환자나 보호자들의 인식변화도 재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요양병원이 ‘그저 그렇고 그런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와 양질의 서비스로 환자를 대하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안락한 노후생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 A요양병원의 경우 환자 부담금은 55만~60만원으로 통상적인 수준이지만 중증환자 등에게 1회 1만원짜리 고단백식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인기가 높다.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쾌적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입소율이 거의 100%를 유지하고 있다. 제값을 내고 제대로된 서비스를 받자는 환자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관계자는 “30병상 이상의 일정 시설과 의사, 간호사만 있으면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등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노인요양병원들이 지난해 말부터 부분적인 재편이 시작됐다”며 “내년까지는 42곳 가운데 20~30% 가량이 통폐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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