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표현영역에 빠른 템포·정밀한 리듬 강점

▲ 피터 보겔 템버린

20세기 후반에는 녹음기·신디사이저·컴퓨터 등 급격하게 발전된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전자매체를 사용한 예술이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또한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예술가들은 전통적 창작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디어를 통한 예술적 실험을 시도하게 되었다.

미술에 있어서는 1960년대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이미지 작업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컴퓨터 그래픽의 선구자 프리더 나케는 컴퓨터를 주어진 이미지 요소들과 색의 조합을 통해 가능한 이미지를 모두 만들어내는 제조기라고 여겼으며, 컴퓨터 드로잉과 그래픽을 통한 이미지 작업을 시도한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전자조각 분야의 개척자인 독일의 피터 보겔은 조형적인 형태의 작품에 음악적 요소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 최초의 테크노 아티스트이다. 그의 대표작 ‘리듬사운드’와 ‘탬버린’, ‘푸른 나선’ 등은 포토 셀과 마이크로 폰으로 만든 인터랙티브 작품이다. 빛과 소리, 움직임과 그림자에 따라 변화하고 반응하는 악보라 해도 좋은 것이다.

전시장에 빨강, 초록, 푸른빛이 발광되는 2극 진공관, 와이어, 감춰진 스피커, 축전지 등이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죽 늘어서 있다. 이들은 빛의 변화에 반응하는 악보처럼 관람객이 움직일 때마다 멋진 연주를 한다. 이처럼 관람객이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창작의 과정과 결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흥미진진한 커뮤니케이션의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음악에 있어서도 미디어를 활용한 전자음악이 대두되는데, 전자음악이 구체음악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일상의 구체음이 아니라 전자적 음향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테이프 녹음기 뿐만 아니라 몇몇 음향기기가 더 필요해진다. 즉 여러 음높이를 낼 수 있는 기계, 음색을 여러가지로 변형시킬 수 있는 장치, 여러 가지 소리를 섞는 장치 등등이 그것이다. 후에 이러한 장치들은 신디사이저라고 하는 소리 합성기계로 발전하게 되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악기가 된다.

최초의 전자음악은 1951년 독일 쾰른 방송국에 설립된 전자음악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발전되는데, 이는 작곡가이며 이론가였던 아이머트에 의해 창립되었고, 여기에서 슈톡하우젠은 다양한 종류의 전자음악을 실험하고 작곡하였다. 이러한 전자음악의 표현 영역은 대단히 넓어서 악기로서는 따를 수 없는 빠른 템포와 정밀한 리듬, 그리고 미묘한 음향 등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후 전자음악은 작곡가들에 의해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다. 편집 녹음된 음향에 악기소리, 목소리를 결합하기도 하며, 전자음악과 실연주의 결합을 가져온다. 예를 들면 악기에 의한 실제연주와 준비된 테이프 음악의 재생이 결합되는 것이다. 심지어 현장성을 높이기 위하여 어떤 작곡가들은 실연주의 음향을 재료로 삼아 즉석에서 이를 전자적으로 변형하여 전자음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전자음악의 최초 공연은 1953년 슈톡하우젠의 ‘Studie Ⅰ, Ⅱ’로 지누스 발음기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음을 결합하여 만든 작품이다. 그의 1956년 작품인 ‘소년의 노래’에서는 소음이나 언어가 결합되기도 했고, ‘두 피아니스트를 위한 만트라’에서는 준비된 전자음악과 전통적 연주가 결합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이번에 감상할 작품인 슈톡하우젠의 ‘소년의 노래’는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하나가 5군의 스피커가 5개의 방향으로부터 청중들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음악이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가 전자음악을 사람의 소리와 결부시켰다는 것이다. 이 ‘소년의 노래’는 가사가 없으며 사람의 소리가 소재로 사용되었을 따름이다. 이 음악은 표현 방법이 매우 혁신적이며 자기가 뜻하는 바를 자유롭게 창작하여 자유분방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전자음악적인 발진음의 음향을 소재로 하여 하나의 새로운 노래가 생긴 것이다. 그는 소년의 변성기 이전의 소리를 넣어 음향과 대비하는 방법으로 제작하였다.

아무튼 슈톡하우젠의 ‘소년의 노래’는 전자음악에 있어서 가장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소년이란 18세 정도의 아주 순진무구한 사춘기 소년을 말하는 것이며 구약성서 다니엘 제3장에 ‘작열하는 화로 속의 소년들의 노래’를 뜻하는 것이다.

▶추천음반
-Arditti quartet edition 35, Stockhausen - Helicopter Quartet(슈톡하우젠 - 헬리콥터 4중주)
(이 아르디티 콰르텟의 헬리콥터 4중주 음반 중에 ‘소년의 노래’, ‘콘탁테’, ‘슈티뭉’ 등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이 음반에 있는 ‘헬리콥터 4중주’곡은 실제 헬리콥터에 4명의 현악연주자가 탑승하여 연주하는 것으로, 초연은 1995년에 시행되었으며,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의 행사 퍼포먼스로도 연주되었다.)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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