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안에 처분해야 하지만 ‘무한연장’ 허점에 유명무실

19대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원이 백지신탁한 주식 중 처분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처럼 자신의 이해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하는 기업인 겸 정치인을 막을 장치가 고장 난 것이다.

27일 농협은행의 백지신탁 매각 공고와 2012∼2015년 국회공보를 확인한 결과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 이후 본인·가족 보유 주식을 백지신탁한 의원 6명의 주식은 현재까지 모두 매각이 안 된 상태다.

공직자윤리법상 소속 상임위 관련 주식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이를 백지신탁해야 하며 신탁주식은 수탁기관이 ‘60일 이내’에 팔게 돼 있다. 그러나 매각이 안 되면 기간 연장을 무제한 할 수 있어 60일 기한은 유명무실하다.

2012년 7월 ‘반도산업’ 주식 5억5천만원 어치를 백지신탁한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은 1천28일째 주식을 잃지 않고 있다. ‘한국라이스텍’ 7억3천500만원, ‘웰라이스’ 2천450만원 상당을 각각 백지신탁한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1천22일째다.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은 ‘에이치앤철강’ 등 3개 업체 주식 약 7억원 어치를 904일째 백지신탁 중이다. 같은당 정우택 의원과 박덕흠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 역시 217∼364일째 매각 없이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신탁주식이 장기간 팔리지 않는 이유는 상당수가 거래가 없는 비상장인데다 현 제도에 강제 매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해 충돌을 막자는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임기가 끝날 때 주식을 그대로 돌려받을 가능성 역시 열려 있다.

이러한 현 백지신탁 제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2005년 5월18일 공포됐다. 이로부터 10년이 된 현재까지도 일부 의원은 보유 주식 관련 상임위에서 일하며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명희 의원은 최근 자신의 이름을 상표로 한 쌀을 판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자신이 대표를 지냈고 의원이 된 뒤 주식을 백지신탁한 한국라이스텍이 이 쌀을 유통해 논란이 일었다.

의원 시절 정무위원회를 맡았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아예 행정소송을 내고 백지신탁을 못하도록 약 2년을 끌었다. 그 사이 정무위 감사 대상인 금융당국을 압박해 자신의 경남기업에 추가 대출 특혜를 주도록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현행 백지신탁 제도의 보완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에서 백지신탁 부분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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