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테러” 등 트윗 날려

호주 공영방송의 기자가 호주 당국과 시민들이 거국적으로 기념에 나선 현충일(앤잭 데이·ANZAC Day) 100주년 당일에 시민들의 인식이나 정서를 자극하는 트윗을 올렸다가 해고됐다.

공영방송 SBS의 체육기자로 프로그램 진행자이기도 한 스콧 매킨타이어는 수많은 호주 시민이 전국 곳곳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가하며 앤잭 데이를 기린 날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폭발성 있는 글을 수차례 올렸다.

3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매킨타이어는 앤잭 데이를 기리는 사람들을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대개 백인인 국수주의적 술주정뱅이와 도박꾼들”로 묘사했다.

또 1차 세계대전 당시 호주 병사들이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일본에서 즉결 처형과 광범위한 성폭행, 절도를 저질렀다”며 이를 기억하라고 주문하는 등 사실과는 다른 내용까지 포함하며 호주군을 비난해 트위터 이용자들의 분노를 불렀다.

이밖에 “호주와 동맹국들이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서 하루 동안으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테러 공격을 자행했음을 잊지 말자”라면서 히로시마의 무고한 어린이들이 학교로 가는 길에 살해당했다고도 썼다.

이 트윗을 접한 말콤 턴불 연방 통신장관은 이례적으로 자신의 트위터에 “더 공격적이고 부적절한 코멘트들을 생각할 수 없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회사 측은 신속히 진화에 나섰다.

방송국은 26일 성명에서 매킨타이어가 자신의 언급으로 방송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고 회사 행동강령과 소셜미디어 정책을 위반했다며 “그의 사내 지위를 박탈하기로 했으며 이는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옹호하는 쪽도 있다.

시사평론가인 휴 리민튼은 트윗을 통해 매킨타이어의 언급이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고 미성숙하며 특정 사례는 아예 틀린 내용”이라면서도 1차대전 참전용사들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매킨타이어는 자신의 트윗을 삭제하지는 않은 채 공식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앤잭 데이는 앤잭(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이 1915년 4월 25일 연합군의 일원으로 오스만투르크(터키) 갈리폴리 상륙작전을 수행하다 대규모 희생자를 낸 것을 기리는 날로, 호주 최대 국경일로 평가받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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