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취업 연령임에도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이른바 ‘기생(寄生)처벌법’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약 25년 전까지만 해도 실업률 ‘제로(0)’를 내걸고 노동자들의 지상낙원임을 선전했던 소련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 든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의회가 6개월 이상 노동을 ‘회피하고’ 있는 사람들을 처벌토록 하는 개정안을 포함해 일련의 연방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개정안은 적당한 일자리가 있는데도 일하기를 회피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최장 1년까지 강제(교정) 노동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부 연방법은 물론 헌법까지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

개정안을 추진하는 의원들은 다만 이 개정안이 취업연령기의 성년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특히 일을 하고 있더라도 등록하지 않고 하는, 이른바 비공식 노동자들 역시 ‘기생 인구’로 취급할 것이라고 한다.

또 직장을 갖고 있지 않거나 잃은 사람들은 노동시장에 등록을 의무화했다. 다만 임산부, 14살 미만의 자식을 둔 여성, 장애인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발의자인 안드레이 아노힌 의원은 “노동은 모든 시민들의 신성하고 중요한 의무로 받아들여져야만 한다”면서 ‘기생인구’를 처벌하려면 노동이 시민의 의무라는 점을 명시하도록 헌법을 수정해야 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의회의 이런 ‘당찬’ 계획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헌법·국가건설위원회의 알렉산드르 아게예프 제1 부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이 시민권을 제약하는 것일 수 있으며 특히 요즘처럼 노동시장이 복잡한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헌법을 수정하고 개정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이는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고양하기 위한 것이라야지 그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실제 요즘 러시아 노동시장이 ‘복잡한’ 상황인 것 같다. 앞서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 지난 16일자 인터넷판은 국제유가 하락과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등으로 인해 러시아에 전국적으로 감원 열풍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러시아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3개월 동안에만 실업자가 14만 2천 명 늘었고 이와 별도로 10만 4천 명이 무급 휴가 중이라고 전했다. 직장마다 결원의 수도 줄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일자리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 결과 현재 러시아의 경제활동인구 7천580만 명 가운데 7천140만 명이 취업중(임시직 포함)이며 440만명이 실업자라고 이 잡지는 소개했다. 이 수치는 정부 공식 통계로, 실질적으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막심 토필린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은 이 잡지에 “화물차와 경차, 철도 차량, 기중기, 전기설비, 의료, 정밀 광학 장비 분야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이 때문에 이들 분야의 대기업들이 있는 지방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520억 루블(약 1조 1천억 원)의 노동시장안정화 자금을 마련했으며 이미 러시아 전역 44개 지방에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일례로 모스크바 서북쪽에 있는 트베리주(州)의 최대 기업인 ‘트베르스크차량공장’에서는 2개월 법정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근로자들에게 1천967명에 대한 감원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통보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공장 전 직원의 약 3분의 1수준이다. 연간 2층 차량 1천2백 개를 생산하는 이 공장의 수주량도 올 들어 불과 25량에 그치는 등 공장 사정을 감안한 조치다.

이런 사정은 스베들로프스크주, 타타르공화국, 알타이주, 사마르주 등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토필린 장관은 정부가 520억 루블(약 1조 1천억 원)의 노동시장안정화 자금을 마련했으며 이미 러시아 전역 44개 지방에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맹방인 벨로루시의 장기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최근 ‘사회적 더부살이 금지에 관한’ 법령 제3호에 서명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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